칼럼

911 테러와 십승지

유소솔 2021. 1. 6. 23:36

1975년 늦은 가을이었다. 친한 친구와 그 가족이 미국으로 이민을 떠나기 전에 친구에게, 이민을 가는 이유를 물은 적이 있었다. 그는 한국에서 장래가 보장된 공무원 직장을 버리고 미국으로 떠나는 이유가 몇 가지 있었는데, 그중 1순위는 안보 문제였다. 당시는 북한의 김일성이 호시탐탐 재남침을 노리고 일촉즉발의 위기의식을 매일 조장하고 있을 때였기에 전쟁의 불안 때문에 살 수가 없어 가장 안전한 미국으로 떠난다는 것이다.

 

필자는 그 후 10여 차례 미국이나 캐나다를 용무로 다녀오면서, 주일이면 그곳 한인교회에서 예배드렸다. 예배순서 중 자주 목사의 설교와 장로의 기도에서 한국의 안보 문제가 노출되는 것을 들었다. , 불안하고 살기 힘든 한국을 떠나 안전한 평화의 나라로 우리를 인도하신 하나님께 감사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백인들에게 인종차별을 받고, 고달픈 노동직에 종사하면서도 미국이나 캐나다 시민임을 긍지로 여겼고, 한국에 사는 필자에게는 동정과 위로의 말을 아끼지 않았다.

 

그로부터 20여 년이 지난 지금 한국의 형편은 어떤가?                                               

한국은 김대중 대통령의 햇빛정책으로 말미암은 남북의 긴장이 완화되어 한반도의 전쟁가능성은 희박해졌다는 것이 세계정치 지도자들이 한결같이 인정하고 있는 현실이라고 신문이 전한다. 정말 그런지, 한국인은 누구나 믿고 싶다.

 

그러나 지금 미국은 어떤가?

지난 911, 모슬렘 광신자들에 의해 심장부인 뉴욕과 워싱턴이 테러를 당해 초강대국으로 자처하는 미국의 자존심을 짓밟았고, 탄저균인 백색가루 공포가 미 전역에 무차별 확산되어 미국 시민들은 계속 불안과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인명 피해만 해도  뉴욕과 워싱턴의 펜타곤, 펜실베이니아 등 모두 약 4천명이 목숨을 잃었다.

또한 뉴욕 증시가 폐쇄되는 등 경제적 손실이 천문학적 숫자여서 미국 시민들의 불안전 정서가 계속 심화되고 있다.

참 안타까운 일이다. 미국은 결코 안전한 나라가 아니었다.

 

그동안 미국행 비행기는 언제나 만원이었는데, 지금은 승객정원의 절반에도 못 미처도 다니고 있어 경제적 적자를 호소할 정도이니, 미국은 이제 인류의 이상향이 아닌 것이다.

그 대신 미국의 교회는 지금 부흥되고 있다는 미국발 뉴스가 전한다.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매주일 교회를 찾아 예배드리는 신자들로 만원이라고 한다. 위기를 신앙으로 극복하려는 그들의 태도는 바람직하다 하지 않을 수 없다.

 

옛날 우리나라 민간신앙 중 하나인 정감록鄭鑑錄이라는 예언서에는, 우리나라가 당할 전쟁이나 천재지변이 미리 적혀 있고, 그런 것들을 피할 수 있는 10가지 지역 곧 십승지十勝地가 기록돼 있어, 재난이 있을 때마다 사람들이 그곳으로 피난을 갔다. 그곳은 풍기의 금계촌, 안동의 청양면, 보은의 속리산, 운봉의 두류산, 예천의 금당동, 공주의 유구와 마곡, 영월의 정동상류, 무주의 무풍동, 부안의 변산, 성주의 만수동 등 남북한의 10지역이었다. 그러나 지나고 보니, 그곳에도 전쟁이나 돌림병, 천재지변에 예외 구역이 아니었던 것이 밝혀져, 결국 이땅에는 안전한 십승지는 없다고 확인되었다.

어떤 목사는 십승지는 십자가(+)로 승리하는 지역, 곧 교회라고 해석하지만 글쎄다.

 

그럼, 이 세상에는 참된 안전지대가 없는 것일까. 성경은 인류에게 오직 창조주요, 역사의 섭리자요, 인간의 생사화복을 주관하시는 하나님만이 우리의 영원한 안전지대임을 선포하고 있다. 즉 하나님은 우리의 반석, 요새, 구원자, 피할 바위, 방패, 산성, 구원의 뿔(18: 2- 6)이요, 우리의 피난처(46: 1), 안전지대(12: 5), 우리의 영원한 도피성(35:6)이 되신다고 했다. 이것은 구약에서 언급한 십승지인데, 모두 하나님께 속한 은어隱語에 불과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이 사상이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구체화되고 현실화 되었다. 즉 예수께서 십자가로 인류를 구원하셨으니, 이 십자가의 도를 가르치고 전파하여 악마를 쳐부시고 승리하는 곳 곧 교회야말로 지상에서 유일한 영적인 안전지대 피란처가 아닐까 싶다.

 

지금 9.11 테러사건으로 고통에 시달리고 있는 미국시민들을 위로하고 싶다. 가장 큰 위로는 그 옛날 신앙의 자유를 찾아 영국에서 신대륙 아메리카로 목숨을 걸고 찾아가 세운 미국임을 깨닫는 것이다. 그동안 조상들의 신앙을 버리고 하나님을 떠나서 산 죄악된 생활을 버리고 하나님께로 돌아가는 신앙회복을 해야 한다. 우리도, 모든 나라도 마찬가지이다.

 하나님의 영원한 안전지대인 하나님의 품에 안기기 전에는 지구 어느 곳에도 완전한 피난처가 없음을 각성해야 한다. 911사태는 불행한 사건이지만, 이를 통해 세계의 초강대국 미국보다 더 안전한 곳이 어디인가를 신앙의 안목에서 깨달아야 하는 과제가 함께 주어졌다는 사실을 늘 기억하는 길 밖에 다른 피란처가 없음을  명심해야 하리라.

                                                                                                        - 크리스천한국신문(2001.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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