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6승 1패와 5승 3패

유소솔 2020. 12. 19. 00:30

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 끝났다. 16개국의 야구단이 참가한 이번 대회에서 한국은 61패로 4강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한국은 준결승전에 이르기까지 6승 무패로 세계를 놀라게 했으며, 더구나 세계의 최강 미국을 7:3으로 격파하고, 동양제일이라는 일본을 예선전부터 본선에 이르기까지 2번이나 격파하는 쾌거로 우승후보로 기대되었다.

그러나 한국은 준결승전에서 미국을 제치고 기사회생한 일본에게 단 한번 패한 것이 그만 4강에 주저앉았고, 일본은 이 기세를 몰아 결승전에서 쿠바를 이겨 대망의 우승컵을 안았다.

 

61패와 53! 누가 보더라도 61패의 성적은 우승팀의 성적표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53패가 우승팀이 되었으니 말이다. 6승1패와 5승 3패는 한국팀과 일본팀의 성적표였다.

그럼에도 한국팀이야 말로 야구의 클래식이라고 세계가 공인하고 있다. 이제까지 세계야구의 변방으로만 알려진 한국야구가 이번 대회를 통해 기대 이상의 선전을 한 요인은 무엇일까? 그리고 우승까지 할 수 있었는데, 4강에 머무를 수밖에 없었던 패인은 무엇일까?

 

한국팀의 선전 요인의 하나는, 상대팀 주장의 오만에서 왔다. 예선전에서 한국과 대결할 일본팀의 주장 이치로는 앞으로 30년 동안 한국이 일본을 이길 수 없도록 하겠다.”는 망언을 했다. 이 오만방자한 망언이 오히려 한국팀에게는 필승을 발동하게 한 원인이 되어 예선과 본선에서 일본을 2번이나 패퇴시켰다. 또 미국 전에 앞서 미국의 투수 윌리스는 아무렇게 싸워도 한국쯤은 문제없다.”고 했다. 그 결과 우리는 미국은 7:4로 물리쳤다. 교만은 패망의 선봉이라고 말씀한 성서의 교훈은 진리였다.

 

 선전의 요인 두 번째는, 한국감독의 리더십이었다. 스포츠전문가 고진현 씨는 김인식 감독의 리더십을 6가지로 표현했다. 그것은 1)믿음() 2)경험() 3)조화() 4)인재() 5)대화() 6)희망()이라는 것이다. 김 감독은 선수들의 기량을 신뢰하고 그들의 최대장점을 살리는데 뒷받침하는 믿음의 야구를 구사했다. 이런 점은 우승팀 일본의 왕정치 감독의 스타일과 같다. 카리스마 지도자보다 현대는 이런 스타일의 지도자가 모든 면에서 우수하다고 평가되고 있다.

 선전의 세 번째 요인은 선수들의 불퇴전의 각오였다. 야구는 한 사람의 우수선수보다 팀워크가 승패를 가름한다. 우리 선수들이 똘똘 뭉친 이 대회에서 단 하나의 에러가 나오지 않은 것이 이것을 말해 준다. 이런 팀워크를 끝까지 견지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을 준다.

 

 그럼, 한국선수의 1패의 원인은 무엇인가? 첫 번째로 엉터리 대진표 때문이었다. 6승 무패로 준결승전에 오른 한국은 2번이나 이긴 일본과 또다시 준결승전에서 격돌케 한 것은 큰 부담이었다. 김 감독도 경기 전 일본과 3번 붙는 것은 부담된다고 고백했다. 한국이 이기면 본전치기지만, 일본은 2패의 망신을 씻을 절호의 기회로 절치부심했다. 다시 지면 끝장이라는 배수진을 쳤다. 이것이 일본팀을 뭉치게 했고, 좋은 결과를 얻었지만, 주최국의 운영상 헛점이었다.

 

 또 하나의 패인은 상식에 벗어난 주최국 미국의 꼼수작전이었다. 경기마다 대진은 토너먼트식이다. 같은 조의 1, 2위가 상대조의 2, 1위와 싸워 준결승과 결승으로 올라간다. 이번 대진표는 이와 달리 같은 조 1, 2위가 준결승에서 다시 붙는 엉터리 대진표였다. 이는 실력이 약한 동양팀에 미국을 섞어, 미국의 우승을 노리려는 꼼수였다. 그 결과 미국은 4강에도 들지 못한 졸전으로 망신당했고, 유력한 우승후보인 61패의 한국은 그 희생양이 되었다. 21세기 최첨단 고도의 기계문명사회에 살면서도 오로지 자국의 승리를 위해 떳떳치 못한 운영조작이나 비양심적 심판을 하는 18세기적 비윤리적 수준이라면 이는 이 시대의 종말론적 문제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하나님은 선과 악을 바르게 가려 주셨다.

 

비록 우승은 못했지만, 한국야구는 세계의 4강으로 깃발을 날렸다. 수상 성적의 내역을 보면, 한국은 61패로 승율 1, 방어율 2.00으로 1, 개인적으로는 이승엽 선수가 홈런 5, 타점 10으로 1위를 차지했으며, 그래서 WBC의 올스타에 이승엽, 박찬호, 이종범이 선발되어 한국야구의 우수성이 확실하게 들어났다. 무엇보다 기도의 후원자가 많은 한국팀의 체육경기에는 02월드컵에 이어 다시금 좋은 역사가 따른 것이니 그 얼마나 자랑스러운가, 선수들의 건투에 감사드린다.

 

                                                                                           - 한국크리스천신문(2006.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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