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천명(1911-1957)
새벽하늘에
긴 강물처럼 종소리 흐르면
으레 기도로 스스로를 잊는
그런 여성으로 살게 해 주십시오.
한 번의 눈짓,
한 번의 손짓,
한 번의 몸짓에도
후회와 부끄러움이 없는 하루를 살며
하루를 반성할 줄 아는
그런 여성으로 살게 해 주십시오.
즐거울 땐 꽃처럼
활짝 웃음으로 보낼 줄 알며
슬플 땐 가장 슬픈 표정으로 울 수 있는
그런 여성으로 살게 해 주십시오.
주어진 길에 순종할 줄 알며
경건한 자세로 기도드릴 줄 아는
그런 여성으로 살게 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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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에 황해도 장연 출생으로 이화여전 영문과 재학 중 <신동아>에 등단하여 ‘사슴’이란 시가 유명하다.
그는 졸업 후 신문사 학예부에 근무하며 서정시를 많이 발표하여 당시 시국에 시달린 국민들의 마음을 어루만졌다.
이 시도 당시 망향의 정을 담은 향토적이고 섬세한 신앙적인 순수한 여성의 마음을 고백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