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엽(대전대 석좌교수)
이집트 피라미트 속에서
발견된 수천 년 전
풀씨 하나
인간의 살은 녹아져 흙이 되고
뼈도 삭아서 흙을 더욱 기름지게 하고
흔적도 자취도 없이
한 줌 흙으로 되돌아 간
사람 사람 사람들...
하나, 질긴 생명력으로
반만 년을 살아 견딘 너
풀씨 하나여!
시험관에서 발아를 시켰더니
길고 긴 잠에서 깨어나
싹을 돋우어 냈다니
반만 년을 참아 견딘
오, 생명의 신비여
누구를 기다렸음인가.
대체 누구를 그토록 사랑해서
그 오랜 세월 인간의 비극적 역사
그 허망의 슬픈 무게를
네 작은 몸뚱어리에 싣고서
못 볼 꼴 다 보면서
침묵 속에서 어둠에 갇혀
쪼그만 네가 살아왔더란 말이냐
그러나 네가 눈을 떴다니
나는 네 눈이 두렵다
어떤 풀이 되어 자라날지
나는 네 파아란 잎이 무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