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2014년 노벨문학상)
태어나 두 달이 되었을 때 아이는 저녁마다 울었다
배고파서도 아니고 어디가 아파서도 아니고
아무 이유도 없이 해질녘부터 밤까지 꼬박 세 시간
거품 같은 아이가 꺼져 버릴까봐 나는 두 팔로 껴안고 집 안을 수없이 돌며 물었다
"왜 그래? 왜 그래? 왜 그래?"
내 눈물이 떨어져 아이의 눈물에 섞이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말해봤다
누가 가르쳐준 것도 아닌데 "괜찮아.괜찮아.이젠 괜찮아"
거짓말처럼 아이의 울음이 그치진 않았지만
누그러진 건 오히려내 울음이었지만, 다만 우연의 일치였겠지만
며칠 뒤부터 아이는 저녁 울음을 멈췄다
서른 넘어서야 그렇게 알았다
내 안의 당신이 흐느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울부짖는 아이의 얼굴을 들여다보듯 짜디짠 거품 같은 눈물을 향해
"왜 그래? 왜 그래?" 가 아니라 "괜찮아.이제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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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소설가는 소설가로 등단 전에 먼저 '시'로 등단한 시인이기도 했다.
이 시 "괜찮아"는 매일 저녁 울음을 우는 아이에 대한 소설적인 '시'다. 아무 이유도 없이 꼬박 세 시간을 우는
아이를 안고 애태우며 묻는다. “왜 그래?" 그러나 아이의 울음은 그치지 않는다. 그렇게 여러 밤이 지난 뒤 엄마는
"이제 괜찮아”라고 한다. 그런데 며칠 뒤부터 아이는 저녁 울음을 멈춘다 .‘왜 그래?’와 ‘괜찮아’의 차이는 무엇일까.
이유 없이 우는 아이는 쉰,마흔의 내 안에도 있고, 서른의 당신 안에도 있다. 눈물은 논리의 영역이 아니다.
살다 보면 까닭없는 울음이 쏟아질 때가 한두 번 아니다. 그럴 때마다 ‘왜 그래?’라고 묻지를 말고 ‘괜찮아’라고 위로
해 보시기 바란다.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축하한다. (받은 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