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행복한 생각
다음 주일이 추수감사주일입니다.
감사주일이 되면 생각나는 이야기가 있는데. 박노해 시인의 <감사한 죄>라는 글입니다.
“새벽녘 팔순의 어머니가 흐느끼신다”로 시작되는 시는, 어머니 인고의 삶을 보여줍니다.
시인의 어머니는 젊어서 홀몸이 되어 온갖 노동을 하며 다섯 자녀를 키워내셨습니다.
낯선 서울 땅에서 노점상을 하며 이리저리 쫓겨 다니고, 공사판을 뛰어다니며 살았습니다.
그런데도 자식들이 환경에 좌절하지 않고 바르게 자라준 것이 늘 고마웠습니다.
큰아들과 막내는 성직자로 하나님께 바쳤고, 시인 내외는 민주 운동가로 나라에 바치시고도,
어머니는 날마다 감사의 기도를 바치며 살아왔습니다.
리어카 노점상을 하다 잡혀 온 당신의 처지를 딱하게 여겨준 단속반원들, 몸 약한 당신을 많이
배려해 준 공사판 십장들, 또 계속 이어진 파출부 일자리에 감사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 눈도 귀도 어두워진 어머니가 새벽기도 중에 나직이 흐느끼십니다.
나이 팔십이 되고 보니 당신의 숨은 죄가 보인다는 것입니다.
다른 사람들이 단속반에 끌려가 벌금을 물고 일거리를 못 얻어 힘없이 돌아설 때도
민주화운동 하던 다른 어머니의 아들딸들은 정권교체가 돼서도 살아 돌아오지 못했어도
사형을 받고도 몸 성히 살아서 돌아온 불쌍하고도 장한 내 새끼 하면서....
나는 바보처럼 감사기도만 바치고 살아왔구나, 나는 감사한 죄를 짓고 살아왔구나.
아, ‘감사한 죄’라는 말 앞에서 놀라며 숨죽이지 않을 수 없습니다.
팔순 노인의 이 깊은 감사. 이것이 진짜 감사가 아닐까요?
이 깊은 감사가 있는 이번 감사절이 되기를 바랍니다.(임채영 목사. 서부성결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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