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 아침의 단상

감사의 영성과 삶의 활력

유소솔 2021. 11. 21. 00:02

 

헬렌 켈러가 어느 날 숲 속을 다녀온 친구에게 물었습니다. 무엇을 보았느냐고.

그 친구는 별로 특별한 것이 없었다고 말하자, 헬렌 켈러는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두 눈 뜨고도 두 귀 열고도 별로 특별히 본 것도 들은 것도 없고, 할 말조차 없다니...

그래서 비록 보거나 듣거나 말하지도 못한 헬렌 켈러였지만 그녀는 스스로 만약 자신이 단 사흘이라도 볼 수 있다면 어떤 것을 보고 느낄 것인지 미리 계획을 세웠습니다.

그리고 이것을 ‘내가 사흘 동안 볼 수 있다면 (Three days to see)’이란 제목으로 ‘아틀란틱 먼스리(Atlantic Monthly)’ 1933년 1월호에 발표했습니다.  이 글은 당시 경제 대공항의 후유증에 허덕이던 미국인들을 잔잔히 위로했습니다. 그래서 ‘리더스 다이제스트’는 이 글을 ‘20세기 최고의 수필’로 선정했습니다.

 

첫째 날, 나는 친절과 겸손과 우정으로 내 삶을 가치 있게 해준 설리번 선생님을 찾아가 이제껏 손끝으로 만져서만 알던 그녀의 얼굴을 몇 시간이고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그 모습을 내 마음속에 깊이 간직해 두겠다...

둘째 날, 먼동이 트며 밤이 낮으로 바뀌는 웅장한 기적을 보고 나서, 서둘러 메트로폴리탄에 있는 박물관을 찾아가 온종일 인간이 진화해온 궤적을 눈으로 확인해 볼 것이다. 그리고 저녁에는 보석 같은 밤하늘의 별들을 바라보면서 하루를 마무리하겠다...

마지막 셋째 날에는, 사람들이 일하며 살아가는 모습을 보기 위해 아침 일찍 큰 길에 나가 출근하는 사람들의 표정을 볼 것이다. 그러고 나서 오페라하우스영화관에 가 공연들을 보고 싶다. 그리고 어느덧 저녁이 되면 네온사인이 반짝거리는 쇼윈도에 진열된 아름다운 물건들을 보면서 집으로 돌아와 나를 이 사흘 동안만이라도 볼 수 있게 해주신 하느님께 감사의 기도를 드리고 나서 영원히 암흑의 세계로 돌아가겠다.

 

헬렌 켈러가 그토록 보고자 했던 일들을 우리는 날마다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보고 경험합니다.

하지만 그것이 얼마나 놀라운 기적인지는 모릅니다. 그러나 우리는 누구나 경험하고 사는 것처럼 그냥 잊어버리고 감격없이 삽니다. 그래서 그는 계속 말했습니다.

내일이면 귀가 안 들릴 사람처럼 새들의 지저귐을 들어보라. 내일이면 냄새를 맡을 수 없는 사람처럼 꽃향기를 맡아보   라. 내일이면 더 이상 볼 수 없는 사람처럼 세상을 보라!”

 

이제 코로나와 함께 사는 '위드 코로나'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이런 고난 속에서도 우리를 지켜주시고 또 함께 하실 하나님께 이전보다 더 많은 감사를 발견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특히 오늘 추수감사주일을 맞아 이 시대상황과 우리 자신을 살펴보면서 하나님의 말씀을 기억하십시다.

모든 일에 감사하십시오. 이것이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여러분에게 바라시는 하나님의 뜻입니(살전 5:18).”

이런 감사의 영성이 넘쳐나는 오늘의 복된 감사주일이 되시기를 응원합니다.(임채영 목사  서부성결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