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또 하나의 기다림

유소솔 2021. 12. 27. 00:03

     

 

                          또 하나의 기다림

                                                                - 김창희

 

산다는 건 기다림의 연속이다.

단지 그 기다림의 색깔이 누군가에는 다를 뿐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무엇인가를 기다리고 있다.

아니 다가올 시간을 기다리고 있는 것 같다. 사랑해서 기다리지만 때로 기다림의 시간만큼 사랑이 더 짙어지기도 했다.

기다림의 시간은 잃어버린 시간이 아니다. 가장 깊이 내게로 오는 시간이다. 시간을 견디며 사랑을 기다리는 일. 살아가야 하는 많은 날의 주인인 나는 또 어떤 기다림으로 오늘 견디며 살아야 할까.

 

2001년부터 연말이면 교수신문에서 한해를 상징하는 사자성(四字成語)를 정해 발표하고 있다.

이는 전국의 대학교 교수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하여 가장 많은 선택 받은 사자성어라고 한다. 세상살이가 어렵고 힘들었든지 늘 부정적인 사자성어가 대다수였다. 지나버린 시간을 간직한 사진처럼 그 시절의 사자성어가 아픔처럼 아려온다. 그 때는 사실을 부정했지만 역사는 기억하고 있는 것 같다. 기다림이 약이다.

 

  김대중 대통령 집권기인,

  2001년에는 오리무중(어떠한 일이 진행되는데 예측 할 수 없음)

  2002년에는 이합집산(일없이 모였다가 목표 이루지 못하고 흩어짐)

 

  노무현 대통령 집권기인,

  2003년에는 우왕좌왕(이리저리 왔다갔다하며 방향을 종잡을 수 없음),

  2004년에는 당동벌이(같은 무리와는 당을 만들고 다른 자들은 공격함),

  2005년에는 상화하택(서로 이반하고 분열함),

  2006년에는 밀운불우(여건은 조성되었으나 일이 성사되지 않아 불만이 큼)

  2007년에는 자기기인(자신도 믿지 않는 말이나 행동으로 남까지 속임).

 

  이명박 대통령 집권기인 

  2008년에는 호질기의(문제가 있는데 남의 충고를 듣지 않음),

  2009년에는 방기곡경(일을 정당하게 하지 않고 그릇된 수단으로 억지로 함),

  2010년에는 장두노미(진실을 숨기려하지만 거짓 실마리는 이미 드러나 있음), 

  2011년에는 엄이도종(나쁜 일을 하고 남의 비난 듣기 싫어 귀 막으나 소용없음),

  2012년에는 거세개탁(지위의 높낮음을 막론하고 사람들이 다 바르지 않음).

 

  박근혜 대통령 집권기인

  2013년에는 도행역시(잘못된 길을 고집하거나 시대착오적인 일을 꾀함),     

  2014년에는 지록위마(윗사람을 속이고 제 마음 대로 함).

  2015년에는 혼용무도(세상이 어지럽고 올바른 일을 행하지 않음)

 

  문재인 대통령 집권기인,

  2017년에는 파사현정(사악하고 그릇된 것을 깨고 바른 것을 드러냄),

  2018년에는 임중도원(짐은 무겁고 갈 길은 멈),

  2019년에는 공명지조(몸 하나 머리 둘인 새, 한 쪽이 죽으면 다 죽는다),

2020년에는 아시타비(나는 옳고 남은 그르다). 내로남불(내가하면 로맨스. 남이하면 불륜)

2021년에는 묘서동처(고양이가 쥐를 잡지 않고 한패가 됐다)

 

낙엽이 아름답다. 봄을 기다릴 수 있는 믿음이 있기에  떠날 수 있다.

세상은 옛 모습 그대로이지만 오늘 나는 그때의 내가 아니다. 흔히 시간이 있으면 돈이 없고,

돈이 있으면 시간이 없다고 불평한다. 대게 돈 있고 시간도 있는 경우엔 건강이 허락지 않는다.

기다리는 내일이 오면 또 다시 과거에 연연하며 살 것 같은 예감이 든다.

기다림은 모든 것을 용서한다. 다만 잊혀지고 흘러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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