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봄의 예찬(안병욱)

유소솔 2022. 3. 8. 00:05

 

       봄    

                         안병욱(1920~ 2013, 철학자) 

 

    '은 처녀, 여름은 어머니, 가을은 미망인, 겨울은 계모’

이는 일 년 사계절을 여인에 비유한 폴란드의 명언이다.

은 처녀처럼 부드럽다.

여름은 어머니처럼 풍성하다. 가을은 미망인처럼 쓸쓸하다. 겨울은 계모처럼 차갑다.

처녀가 불룩한 생명의 젖가슴을 갖고 부드러운 희열(喜悅)의 미소를 지으면서 우리의 문을 두드린다.

 

은 세 가지의 덕을 지닌다.

첫째는 생명이요, 둘째는 희망이요, 셋째는 환희().

은 생명의 계절이다. 땅에 씨앗을 뿌리면 푸른 새싹이 난다. 나뭇가지마다 신생의 이 돋고 아름다운 꽃이 핀다.

의 여신은 생명의 여신이다. 생생육육은 천지의 대덕이다.

세상에 생명이 자라는 것처럼 아름답고 신비롭고 놀라운 일이 없다.

 

시인이여, 생명의 아름다움을 노래하여라.

화가생명의 신비를 그려라. 생명의 경이(驚異) 외쳐라.

밀레 고호<씨 뿌리는 젊은이> 그렸다.

네 마음의 밭에 낭만의 씨를 뿌려라. 네 인격의 밭에 성실의 씨를 뿌려라. 네 정신의 밭에 노력의 씨를 뿌려라.

 

은 희망의 계절이다.

북풍한설의 겨울이 지나가면 온난화열의 봄바람이 만물을 따스하게 감싼다.

옛사람은 바람을 혜풍(惠風)이라고 했고, 여름 바람은 훈풍(薰風)이라고 했고, 가을 바람은 금풍(金風)이라고 했고, 겨울 바람은 삭풍(朔風)이라고 했다.

 

바람은 은혜로운 바람이다.

바람이 우리의 얼굴을 스치면 누구나 마음이 훈훈해진다.

바람이 초목을 어루만지면 향기로운 꽃이 핀다. 한국의 봄은 개나리에서부터 시작한다.

 뒤를 이어 한스러운 진달래 피고, 청순한 목련 피고향기가 짙은 라일락 핀다. 봄의 태양 따스하다

 

의 바람은 은혜롭다. 의 대지는 인자하다. 

의 공기는 상쾌하다. 의 여신은 우리의 가슴을 밝은 희망으로 안아준다.

인간은 희망을 먹고 사는 동물이다. 희망의 활력소로 네 생활을 힘차게 건설하여라.

 

은 환희의 계절이다.

우울의 날이여 가거라. 비애의 날이여 사라져라. 절망의 날이여 없어져라

고목처럼 메말랐던 가지에 생명의 새싹이 돋아난다는 것은 얼마나 기쁜 일이냐 

얼어붙었던 땅에서 녹색의 새 생명이 자란다는 것은 얼마나 감격스러운 일이냐 

창 밖에 나비가 찾아오고, 하늘에 종달새가 지저귀고, 벌판에 시냇물이 흐르고,

숲속에 이 핀다는 것은 얼마나 즐거운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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