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오늘이 좋다

유소솔 2022. 12. 15. 00:15

 

                    

                                                                           김창희(수필가, 초등교장 역임)

 

어제는 이 내리더니 오늘 아침 기온이 4도나 더 떨어졌다.

밖은 찬바람이 모자, 장갑, 오리털 점퍼로 중무장한 옷 속을 파고든다.

한참 지나다니는 사람이 많을 때인데도 인적이 뜸하다.을 통해 들어오는 햇빛은 세상이 어떻든

간에 따뜻하고 찬란하게 보인다. 오늘이 좋다.

 

 '나는 어디쯤 가고 있을까?'

가던 길 잠시 멈추고 뒤돌아보니, 걸어온 길 모르듯이 가야할 길도 잘 알 수가 없다.

그리움의 순간들이나 매달리고 싶었던 욕망의 시간도 인생의 겨울 문턱에 서고 보니 모두가 놓치고

싶지 않은 추억이다. 이제는 어디로 흘러 갈 것인지 걱정하지 않는다.

아쉬움도 그리움으로 간직하고 오늘의 거울 앞에 선다. 오늘도 어제처럼, 내일은 오늘처럼 살면 된다.

 

살맛나는 세상은 사람관계가 좋아야 한다. 성공했다는 사람도 을 많이 만들었다면 자기만의 성공이다.

관계란 우연히 만나 관심을 가지면 인연이 되고을 들이면 필연이 된다.

우연은 10% 노력이 90%의 결과를 가져온 것이기에 행운이라 부르는데 누구에게 자주 일어나지 않는다.

 아무리 좋은 인연도 서로의 노력 없이는 오래갈 수 없고 나쁜 인연도 서로 노력하면 좋은 인연이 된다.

 이해하고 배려하는 마음, 받는 것 보다 더 많이 주는 사랑, 따뜻함이 표현되는 인연이어야 한다.

 

좋은 사람으로 만나, 착한 사람으로 헤어지고, 그리운 사람으로 남고 싶다.

꼭 쥐고 있어야 내 것이 되는 인연은 진짜 내 인연이 아닌지 모른다.

잠깐 놓았는데도 내 곁에 머무는 사람이 진짜 내 인연이란 생각을 한다.

인생은 아무리 건강해도 세월은 못 당한다.

예쁘다며 흔들고 다녀도 70이 넘으면 봐 주는 사람이 없고, 돈 많아도 80이면 쓸 곳이 별로 없다.

이빨할 때 먹고 싶은 것 먹어보고, 걸을 수 있을 때 열심히 다니며, 사랑할 수 있을 때 사랑해야 오늘이다.

 

나도 내 나이가 생소하다. 울며 뿌리면 기쁨으로 열매를 거둔다. 이제 내 나이가 그 나이다.

죽음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소명이 있으니 아직 죽을 수 없다.

하나님이 무엇을 내게 주셨기 때문에 그 뜻대로 살고 있는 것이 은혜라고 생각한다.

내가 나를 사랑하는 자만을 사랑하면 무엇이 자랑이겠는가, 내가 손가락질 하는 사람도 자기를 사랑하는 자는

사랑한다. 내가 사랑하고 을 베풀었던 사람은 내가 정한 기준의 사람이었다. 나를 사랑하는 사람.

 

세상은 누군가를 도우라고 할 때 많이 가졌으니 도와주라고 한다.

그 말에 도덕적 우월감을 느낀다. 무언가 특별한 사람이란 생각 때문이다.

내가 가진 것이 영원까지는 아니더라도 오래 내 곁에 머물지 않는다.

지금 내가 가진 것이 누군가 전에 가졌던 것이다.  기대할 것 없는 사람에게 꾸어주는 것이 참 베품이 아닐까.

 

늘 세상은 이분법적이어서,  내 편을 만들고 다른 쪽은 으로 규정한다.

우리 편이더라도 모든 것을 용납하지 말고 잘못한 것은 꾸짖을 수 있어야 그것이 진짜 우리 편을 사랑하는 것이다.

어려운 결정을 할 때 기준이 되어야 할 것은 내가 그들의 입장이 되어 보는 것이다.

자비아픔에서 출발한다. 아픔이 느껴지면 마음이 열리고 스스로 움직인다.

그래서 그 자비를 받은 사람은 또 다른 사람의 아픔을 느끼게 된다.

 

사람은 항상 다시 두고 보아야 하는 존재다.

처음에는 을 보고, 다음은 행동을 보고 마지막에 속마음을 본다.

그렇게 사람을 잘 알 수 없으니 세상살이가 얼마나 어렵겠는가.  

사람을 바로 볼 줄 알면 인생살이가 고단하지 않다. 이렇게 인생 훈수訓手를 할 수 있는 여유가 있어 오늘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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