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오시라

유소솔 2022. 7. 18. 00:06

 

                 그대 오시라

                                            - 채희문

 

그대 오시라, 빗발처럼 오시라

한 여름 무더위를 식히며 퍼부어대는

장대비처럼 오시라, 와서

메마른 이 가슴

한바탕 파도로 물결치시라.

 

그대 오시라, 눈발처럼 오시라

겨울밤 소리 없이 내려 쌓이는

함박눈처럼 오시라, 와서

적막한 이 가슴

황홀한 눈보라를 일으키시라.

 

그대 오시라, 질풍처럼 오시라

먹구름 한 순간에 찢으며 내리 꽃히는

번갯불처럼 오시라, 와서

갈급한 이 가슴

절정의 벼락불을 때려주시라.

 

아,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이제 얼마 남지 않았는데

마지막 촛불처럼, 가쁜 숨결로 타들어 가는데

그대 오시라. 사랑이여, 어서 빨리 달려오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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