냇가로 가자
박희진(1931~ 2015)
아이야 우리 냇가로 가자
맨발로 맨발로 냇가로 가자
맑고 시원한 생명의 물에
아이야 네가 먼저 손발을 담그어라
네 새끼손가락은 송사리 될 것이고
엄지발톱은 진주로 빛나리라
물 위에 비친 네 두 눈은
물매미 되어 빙글빙글 돌 것이고
네가 웃으면 앞니 빠진
네 얼굴이 귀여워서 나는 입 맞추리
하늘의 복숭아 냄새 나는 볼에
이윽고 나는 풀밭에 늘어지리
물에 발 담근 채 하늘에 눈 주다가
꿈도 없는 단잠에 떨어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