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오시라
- 채희문
그대 오시라, 빗발처럼 오시라
한 여름 무더위를 식히며 퍼부어대는
장대비처럼 오시라, 와서
메마른 이 가슴에
한바탕 파도로 물결치시라.
그대 오시라, 눈발처럼 오시라
겨울밤 소리 없이 내려 쌓이는
함박눈처럼 오시라, 와서
적막한 이 가슴에
황홀한 눈보라를 일으키시라.
그대 오시라, 질풍처럼 오시라
먹구름 한 순간에 찢으며 내리 꽃히는
번갯불처럼 오시라, 와서
갈급한 이 가슴에
절정의 벼락불을 때려주시라.
아,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이제 얼마 남지 않았는데
마지막 촛불처럼, 가쁜 숨결로 타들어 가는데
그대 오시라. 사랑이여, 어서 빨리 달려오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