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사랑의 집짓기 행사

유소솔 2020. 12. 19. 22:04

“잘 짓고 잘 짓세. 우리 집 잘 짓세.

만세반석 위에다 우리 집 잘 짓세.“                                                                     

 

19984월 초 어느 화창한 봄날 오전이었다. 이날 남녀 40여 명이 부른 찬송소리가 동대문구 창신동의 한 오르막 길 집짓기 현장에서 온 동네에 울려 펴졌다.

국제헤비다트(사랑의 집짓기운동) 산하 한국본부의 그 해 첫 사업의 시작은 가파른 골목길 달동네로 소문난 창신동에서부터였다. 그 곳 위치는 공사장의 윗쪽에 동인장로교회의 큰 간판이 보였던 것으로 보아 그 아래쪽이 아닌가 싶다.

이 사랑의 집짓기운동 신축공사 착공예배는 당시 한국헤비다트본부(대표 고왕인 박사)의 주관으로 드렸는데, 그들 본부가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소속 기관으로 활동하고 있었다. 그때 고 박사를 통해 이 창신동 집짓기 착공예배의 설교 부탁을 받은 나는 처음으로 창신동 땅을 밟았었다. 그때 나는 종로 5가에 있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의 총무로 재임하고 있었다.

 

이 기공식 예배에 모인 분들은 창신동 주변 몇 교회의 담임목사들과 성도들, 창신동의 주민들과 동사무소 직원들, 관계자들 모두 40여명쯤이었다.

고왕인 박사의 사회로 시작된 예배에서 내가 드린 설교 요지는 다음과 같다.

가난한 자들을 늘 긍휼히 여겨 적극 도우신 예수님 사랑의 뜻을 따라 이 집짓기운동이 미국에서 시작되어, 세계 40여 국가에 지부가 조직되어 회원들의 성금으로 가난한 자들에게 싼값으로 집을 지어주고 있는데, 우리 성도는 이처럼 가난한 자들의 무거운 짐을 함께 짊어지는 사명이 있다.” 이 집들은 사랑으로 짓는 집이기 때문에 공사가 완성된 후, 집을 제공 받는 사람들은 받은 사랑을 이웃에게 전해주는 사랑의 삶을 살아 달라.“고 한 것 같다.

 

국제 헤비다트는 지금으로부터 100여 년 전 미국에서부터 시작된 빈곤퇴치운동의 일환이다.

인간의 삶에 있어서 가장 기본적 필수적 요소는 의복, 음식, 주택인데, 그중 주택이 있어야 이를 중심으로 의복이나 음식도 마련을 할 수 있기에 이를 헤비다트가 착안한 것이다.

이 헤비다트가 세계적으로 유명세를 탄 것은 미국의 전 대통령 빌리 카터 때문이다. 즉 카터 대통령이 퇴임 후부터 가장 보람 있는 일로 선택한 것이 헤비다트이며, 그는 처음부터 이 기구의 고문으로 참여하여 바쁜 일정에서도 이 기구의 프로젝트에 따라 년 20일을 해외 빈곤의 국가에 가서 동료들과 함께 망치를 들고 집짓기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가 이 헤비다트의 일로 한국에도 두어 차례 방문했던 것으로 나는 기억한다.

 

창신동의 사랑의 집짓기는 마침내 그 해 말에 2층으로 완공되었고, 창신동 주민센타에 의뢰, 선정된 집 없는 8가구가 이날 시세 1/2 값으로 입주했다. 나는 선약이 있어서 입주식에 참석하지 못했으나 나 대신 참석한 한기총 사무총장 정 장로님이 다녀와서 전하는 것을 보면 다음과 같이 진행한 것 같다.

그는 한국 헤비다트 대표단 일행과 함께 입주민 8가구 대표들에게 사랑의 기도를 드린 후, 성경책과 집 열쇠를 각각 증정을 했다. 그런데 그때 집을 증정 받은 60대의 어떤 가장이 감격해서 “나는 평생 내 집을 소유하기 위해 애썼지만 불가능한 것을 예수님을 믿는 헤비다트가 해결해 주셨다“면서 ”앞으로 감사한 마음으로 온 가족이 교회에 나가서 예수님 사랑을 배워서 실천하며 살겠다.“고 결심하여 참석자들에게 감동을 주었다 한다.

 

최근 내가 관계하고 있는 <상록수문학>의 사무실이 창신동에 있어 가끔 간다. 큰길에서 약 15분 간 가파른 언덕길을 한두 번 쉬었다 오르고, 또 일이 끝나면 시간에 쫓겨 그냥 집으로 돌아오는 편이어서 잘 알 수 없지만, 아파트가 별로 없는 것만으로도 잃어버린 옛 우리의 고풍스러움과 정겨운 인심을 지니고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언젠가 일부러 시간 내어 창신동 일대를 한 바퀴 돌아보고 싶다. 그리고 가난한 자를 누구보다 사랑하신 예수님의 뜻을 따라 창신동을 가끔 찾아가 조금이라고 도울 수 있는 일을 찾아보고 싶다. 20년 전 헤비다트 사랑의 집짓기에서 감동 받아 해외 가난한 몇 아이들과 결연후원을 맺어 지금까지 돕고 있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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