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용선
세상의 모든 색을 합쳐봐야
빨, 주, 노, 초, 파, 남, 보에 먹샛까지
겨우 여덟 가지밖에 안 되는데
그림을 그리다 보면
그것도 제대로 못 쓰면서
그림 탓만 한다.
세상의 모든 글자를 다 해 봐야
기억, 니은, 디귿, 리을.........
겨우 스물 넉자밖에 안 되는데
시를 짓다 보면
그것도 제대로 못 쓰면서
글자 탓만 한다.
인생을 살다 보면
과거, 현재, 미래 다 합해 봐야
겨우 백 년도 안 되는데
그것도 제대로 못 살면서
공연히 세월 탓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