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

호동이와 낙랑이 사랑

유소솔 2020. 12. 26. 18:40

        호동이와 낙랑이의 사랑

-이낙랑과 장호동의 사랑, 오늘의 이야기-

 

 

우리나라가 해방되기 전, 호동이 아빠와 낙랑이 아빠는 황해도 해주 땅에서 살았습니다. 두 사람은 바로 이웃집에서 사는 동갑내기 친구여서 아주 정답게 지냈어요.

 두 친구는 자라면서 학교 선생님께 옛 우리나라 사람들의 많은 이야기를 들었지요. 그 중에서도 두 사람은 고구려 호동왕자와 낙랑공주의 슬픈 사랑의 이야기를 듣고, 함께 마음을 아파했습니다.

 어느 날, 친구 장씨가 장가를 들어 첫아들을 낳았어요. 아기가 태어났을 때 장씨는 기분이 무척 좋았습니다.

, 그놈. 얼굴이 훤하게 잘생겼다. 꼭 옛날 호동왕자를 닮았구나!”하면서, 이름을 호동이라고 지었지요.

 그로부터 한 달 후, 약속한듯이 친구 이씨가 결혼한지 1년 만에 첫 딸을 낳았어요. 이씨도 아주 좋아했어요.

, 우리 아기 참 예쁘다. 꼭 옛날 낙랑공주를 닮았구나!”하면서, 이름을 낙랑으로 지었지요

이렇게 되자, 두 집에서는 옛날 호동왕자와 낙랑공주가 다시 태어났다고 좋아했습니다.

 호동이와 낙랑이는 어려서부터 동갑내기로 친하게 지냈고, 서너 살 때부터는 둘이서

소꿉놀이를 하면서, 신랑과 각시노릇을 했어요.                                                       

                               

 하루는 호동이가 낙랑이에게 , 너 크면 누구한테 시집갈래?”하고 물으면, 낙랑이는

호동이 한테 시집 갈 거야.”하고 대답해서, 둘이는 서로 좋아서 깔깔깔 웃었지요.

둘이서 언제나 싸우지 않고 정답게 지내는 것을 본 두 집 어른들은 흐뭇했어요.

그래서 두 집의 아빠와 엄마는, 두 아이가 크면 서로 짝을 지어주기로 마음을 모았지요.

 어느 날, 두 가족이 함께 모여 음식을 만들어 먹고, 두 아이에게 작은 금반지를 하나씩 껴주면서 복을 빌었습니다.

옛날 호동왕자와 낙랑공주는 슬픈 인연이었지만, 너희들은 커서 서로 사랑하며 행복하게 살아야 한다.”

그 때 그들의 나이가 겨우 7살이었어요. 그런데도 두 어린이는 무엇을 아는지 마음을 모아 대답했지요.

. 그렇게 하겠어요.” 

 

그로부터 한 달 만에 우리나라는 해방이 되었습니다. 그동안 우리를 36년 동안 못살게 괴롭혔던 일본이 전쟁에서 지고 물러가자, 우리나라 사람들은 거리에서 만세를 불렀어요. 호동이와 낙랑이도 부모를 따라 거리에 나가 만세를 불렀지요. 이제부터 잘 사는 나라가 세워질 것을 그들은 꼭 믿었습니다.

그런데 그때부터 이상하게 우리나라 땅에 38선이 그어졌고, 북쪽에는 공산주의 나라가, 남쪽에는 민주주의 나라가 세워졌어요. 한나라가 남과 북, 두 나라로 갈라졌지요.

 북쪽에서 사는 사람들은 공산당 사람들에게 시달림을 받기 시작했어요. 새로 공평하게 나눈다며 부자들의 땅을 모두 강제로 빼앗았지요. 그리고 교회에 못 다니게 주일 아침마다 사람들을 강제로 모이게 하여 길을 고치고, 큰 건물을 새로 짓도록 공사장에서 종일 구슬땀을 흘리게 했습니다. 그래서 신자들이 많이 줄게 되었지요.

 얼마 후, 호동이 아빠는 삼촌 따라 공산당에 들어가서 일하더니, 그만 마음이 변했어요. 친구 낙랑이 아빠에게도 공산당에 들어와 함께 일하자고 했지만, 낙랑이 아빠는 교회에 다니기 때문에 공산당이 싫어서, 거절했지요. 그래서 자연히 두 친구 사이는 멀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어느 날 밤, 낙랑이네는 교회 목사님의 가족과 함께 믿음의 자유를 찾아 밤중에 험한 산길을 걷고 걸어 고생하면서 38선을 몰래 넘어 서울에 왔어요. 공산당에서 높은 사람이 된 호동이 아빠에게도 알리지 않고 몰래 왔기 때문에 낙랑이는 호동이와 그만 헤어지게 되었지요.

 그 후, 낙랑이가 초등학교 6학년 때 북한 공산군이 6.25전쟁을 일으켜 남한과 북한이 서로 싸우다가 3년 만에 전쟁이 그쳤어요. 전쟁 때문에 많은 사람이 죽고 다쳤지요. 서울의 집들이 폭격으로 거의 무너져 잿더미가 되었고, 아빠 엄마를 잃고 고아가 된 불쌍한 아이들도 무척 많았어요. 전쟁은 참 나쁜 짓이지요.

 

그로부터 10년의 세월이 후딱 지나갔습니다.

그동안 낙랑이는 사범학교를 졸업하고, 서울에 있는 초등학교 선생님이 되었어요.

낙랑이가 예쁜 처녀 선생님이어서 그런지, 여기저기에서 결혼하자는 사람이 많았지요. 그 중에는 잘생긴 선생님도, 부잣집 아들도, 씩씩한 군인 장교도 있었어요.

그래서 아빠와 엄마는 솔깃했지만, 낙랑이는 그럴 때마다 고개를 흔들었지요.

낙랑아, 왜 그러니? 이 젊은이는 이만하면 됐지 않니?”

아빠, 엄마. 난 호동이를 기다리고 있어요.”

, 호동이를? 너 미쳤니? 호동이는 북한에 있쟎아? 이젠, 생각하지도 말아라!”

호동이는 나하고 어려서 약속한 사이인데, 그럴 수 없어요. , 호동이를 기다릴 거예요.”

얘야, 그러다 늙어 죽으면 어떻게 하려고 그런 고집을 부리니?”

늙어죽어도 할 수 없지요.”

이런 낙랑이의 굳센 마음을 안 엄마, 아빠는 더 이상 할 말이 없었어요. 낙랑이는 주일에 교회에 잘 다녔어요. 주일학교 선생님도 했지요. 낙랑이는 하나님께 기도할 때마다, 호동이를 만나게 해 달라는 기도를 잊지 않고 했어요.

 

그로부터 3년이 지난 어느 날이었습니다.

낙랑이가 학교 일을 마치고 교문을 막 나섰을 때, 어떤  젊은이가 닥아 왔어요.     

, 혹시 이낙랑 선생님 아니십니까?”

. 제가 낙랑인데요. 누구세요?”

저는 장호동입니다. 어릴 때 약혼자 장호동!”

?”하고, 낙랑이는 너무 놀라서 쓸어 질 뻔 했지요.

겨우 정신을 차린 후, 그들은 가까운 찻집으로 들어갔어요. 그리고 그동안 밀린 이야기를 서로 나누었지요.

호동이 아빠는 6.25전쟁에 북한 인민군장교로 남한에 와서 싸우다가 죽었다고 했어요. 호동이는 커서 북한 인민군이 되었는데, 어릴 때 약혼자 낙랑이가 너무 보고 싶어서 얼마 전에 군대에서 도망쳐왔다고 했어요.

그는 서울에서 낙랑이를 찾으려고 많은 사람들에게 묻고, 또 묻고 하여 오늘 이렇게 찾았다면서, 눈물이 글썽했어요.

그래서 낙랑이도 함께 눈물을 글썽였지요.

이제 우리 집으로 가요. 우리 엄마 아빠가 너무 반가워 할거 에요.”

아니요. 전 나중에 성공한 후에 찾아 뵐 거 에요. 그 대신 하나 물어보겠어요. 혹시 낙랑씨, 결혼했어요?”

아뇨. 여기저기 결혼 말이 오고가지만, 전 거들떠보지 않고 있어요. 왜 그런지 아세요?”

호동이는 고개를 옆으로 흔들었어요.

, 아직도 호동왕자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에요.”

낙랑이의 말에 호동이는 감동을 받은 듯 또 눈물을 글썽거렸습니다.

이 때부터 두 사람은 자주 만났어요. 시간은 정하지 않고, 낙랑이가 보고 싶을 때 호동이가 오늘처럼 학교 앞으로 찾아오기로 약속했지요. 두 사람이 만나면 공원에 가서, 서로 손을 붙잡고 아이들처럼 깡충깡충 뛰기도 했어요. 두 사람이 어렸을 때 그렇게 놀았거든요.

 

그로부터 몇 달이 지난 어느 날이었어요. 그들이 학교 근처 공원 의자에 앉아서 정답게 이야기를 나누다가 갑자기 호동이가 말을 뚝 그쳤어요. 그리고 낙랑이를 뚫어지게 쳐다보았어요.

낙랑 선생, 나를 도와주세요. 내 일이 잘되면 낙랑 선생과 결혼할 수 있어요.”

돕고 말구요. 결혼할 수 있다는데, 뭘 못하겠어요.”

낙랑 선생. 난 남한 사정을 잘 모르니까 만날 때마다 내 묻는 말에 잘 가르쳐주면 돼요.”

그 말에 낙랑이는 퍼뜩 이상한 마음이 들었어요.

남한 사정이라니? 그럼, 혹시?’

갑자기 이상한 생각이 들자, 낙랑이는 갑자기 호동이가 무서워졌지요.

그러자 호동이가 눈치를 채고, 낙랑이 어깨를 잡아 억지로 뽀뽀하려고 했어요.

낙랑이는 얼른 고개를 돌려 피하고, 옆으로 빠져 달아나면서 소리쳤지요.

호동 오빠. 나 급한 일이 생각나서 먼저 가요. 당분간 우리 만나지 말아요!”

낙랑 선생. 왜 그러세요?”

호동이가 급하게 쫓아오다 사람들이 보이자 그만 걸음을 멈추고 돌아서 버렸습니다.

 

이 때부터 낙랑이는 호동이에게서 의심 가는 몇 가지가 생각났어요.

북한 인민군에서 도망쳐 왔다면 우리나라 군대에 잡혔을 텐데 그렇지 않고, 또 한국에 온지 얼마 안 된다면서 북한사투리를 쓰지 않고, 또 어디서 사는지 무엇을 하는지 통 가르쳐주지 않고, 또 정답게 얘기하면서도 주위를 자주 힐끗 힐끗 살피고 ----.

그러고 보니, ‘호동이는 간첩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부쩍 들었어요.

사실 호동이는 낙랑이가 오랫동안 기다리던 사람이지요. 어렸을 때 서로 좋아했고, 또 부모님들이 정한 약혼자여서, 낙랑이는 오로지 호동이만을 그리워했는데 이렇게 되니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눈앞이 캄캄했습니다.

사랑이냐? 나라냐?’

낙랑이는 며칠 동안 이 문제를 깊이깊이 생각하느라 잠도 잘 자지 못했어요.

 문득, 먼 옛날 낙랑공주도 이런 문제로 죽었다는 얘기가 생각났어요. 낙랑공주가 호동왕자의 간청을 들어서 자명고라는 북을 찢었는데, 그 때문에 결국 나라가 망하고, 낙랑공주도 죽고 호동이도 나중에 스스로 죽었다는 얘기가 생각났어요.

내가 옛 낙랑공주처럼 호동이의 간청을 들어줘야 할까? ’

아니야, 그러면 안 돼. 호동왕자와 낙랑공주의 슬픈 얘기가 바로 우리 얘기가 되고 말아. 그렇다면?“

'맞아. 호동 씨에게 간첩인지 묻고, 만약 그렇다면 자수하라고 권해야 해. 둘이 다 사는 길은 바로 이것 밖에 없어!’

낙랑이는 굳게 결심하고, 하나님께 도와달라고 간절히 기도를 드렸지요.

 

며칠 후, 그들은 또 만났어요. 조용한 공원 나무 밑 의자에 앉아서 얘기하면서 호동이는 주위를 자주 힐끗 살폈어요. 그걸 본 낙랑이가 마음을 굳게 먹고 말했지요.

호동씨. 우리는 앞으로 결혼할 사이니까 거짓말하면 안 되는 걸 알지요?”

그럼요. 우리 사이엔 진실만이 있지요.”

그럼, 제가 몇 가지 묻겠으니 진실하게 대답해 주세요. 호동 씨는 왜 아직 어디서 사는지, 또 무엇을 하는지 가르쳐주지 않으세요?”

, 그건--. 내가 아직 일자리와 정해 놓고 사는 곳이 없기 때문이지요.”

그럼. 돈이 없을 텐데, 어떻게 살고 있어요?”

, 그것은--. 친구들이 도와주고 있지요.”

친구라뇨? 이곳에 온지 얼마 안됐는데, 그렇게 친한 친구가 한국에 있어요?”

, 그건--. 그런 친구를 사괴었지요.”

호동이는 낙랑이가 묻는 말에 놀라면서도 잘 피해했습니다.

그럼. 북한에서 오랫동안 살았는데도, 왜 북한말을 사용하지 않으세요?”

, 그것도--. 여기에 온 몇 달 동안 부지런히 서울말씨를 배웠지요.”

전 서울말을 배우는데 몇 년이 걸렸는데, 호동 씨는 천재인가 봐요?”

천재는 무슨?”하고, 호동이는 웃음으로 얼버무렸지만, 낙랑이의 의심은 점점 깊어만 갔지요.

그리고 호동 씨가 북한 인민군을 도망쳐 온 후, 우리나라에서 조사를 받지 않았어요?”

, 물론 조사를 받았지요. 그리고 곧 풀려났지요.”

조사를 어디에서 받았는데요?”

, 중앙정보부에서요.”

그런데 우리나라 신문에 왜 그런 기사가 안 났지요? 그런 일은 신문에 꼭 나거든요.”

낙랑이의 말에 호동이는 아무 말도 못했어요. 그리고 또 주위를 힐끗 힐끗 살폈어요,

호동씨는 나하고 길을 걸어가거나, 얘기하면서도 왜 자주 주위를 힐끗 살피나요?”

, 그건---.”

얘기 안 해도 좋아요. 낙랑이는 앞으로 호동 씨와 꼭 결혼할 사람이니까, 호동 씨가 어떤 사람이라도 좋아요. 나는 비밀을 절대로 지킬테니까요. 그러니 나한테서 무슨 말을 듣더라도 화를 내지 마세요. 알겠지요?”

그래. 좋아요.”

호동 씨는 혹시 남한 사정을 살피러 북한에서 온 사람, 아니세요?”

낙랑이의 말에 호동이는 깜짝 놀랐어요. 그리고 재빨리 주위를 다시 살피더니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으나 마치 도둑질 하다 들킨 것처럼 당황했어요. 그래서 북한에서 오랫동안 몸에 밴 사투리 말씨가 자기도 모르게 튀어나왔지요.

이제 보니, 에미나이는 나쁜 동무요. 죽어야 하오!”하더니, 품 안에서 조그만 권총을 꺼내어 낙랑이에게 겨누었어요. 낙랑이는 정신이 아찔했지만, 이를 악물고 정신을 바짝 차렸어요.

호동 씨. 어서 앉아요. 앉아서 얘기해요. 일어서면 사람들이 다 보쟎아요.”

 낙랑이 말에 호동이는 주위를 힐끗 살피더니 얼른 앉았어요. 그리고 권총도 품안에 다시 넣었지요. 이제 호동이의 정체가 완전히 드러났으니. 어쩌면 좋을까요?

 낙랑이는 이 날 호동이에게 자수하라고 눈물로 권했어요. 자수하면, 나라가 용서해주고, 두 사람이 결혼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도 했지요. 한국은 북한과 다르게 모든 사람들에게 자유가 있고,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기회의 땅이라고 말했어요.

몇 시간동안 손을 잡고 눈물로 간절하게 호소하는 낙랑이의 진실어린 따뜻한 말에 호동이는 얼음처럼 찬 마음이 조금씩 조금씩 녹아내리기 시작했지요.

나도 남한에 와보니, 북한에서 가르치던 말이 모두 거짓인줄 알고 놀랐어요. 그러나 자수하면 죽인다고 가르침을 받았기에 쉽지 않았고, 낙랑 선생과 만나면서부터 내 마음이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한 것도 사실이에요. 좋아요. 자수하겠어요. 죽이지는 않겠지요?”

죽이다니요? 체포당한 거물급 간첩들도 아직 교도소에서 살고 있고, 또 자수한 사람은 짧은 형기 마치고 나와서 한국 국민으로 자유롭게 잘 살고 있어요. 호동 씨도 내려온 지 얼마 되지 않아서 금방 석방될 거예요. 그런 다음 우리 결혼해요. ?"하는 낙랑이의 애교어린 말에 호동이가 마침내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습니다.

 그들이 공원에서 손을 잡고 나온 후, 호동이는 낙랑이를 따라가 큰길가에 있는 파출소에 찾아가서 자수를 했어요. 물론 낙랑이도 함께 호동이와의 관계를 다 털어 놓았지요. 그들은 차를 타고 경찰서에 가서 호동에게 따로 조사할 것이 있다며 수갑을 채운 후, 내일에 다른 곳에 가서 조사를 한다고 말했어요.

 이튿날 호동이는 경찰차를 타고 남산에 있는 중앙정보부로 가서 다시 자세한 조사를 받았어요. 그때 낙랑이도 참고인으로 가서 호동이와의 관계를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다 말했지요.

 그리고 20일 후에 호동이가 재판에 나갔는데, 간첩이 되어 한국에 온지 얼마 안 되었고, 또 어려서 맺은 약혼자의 뜻에 따라 자수했다는 것이 후한 점수를 받아, 판사로부터 5년형을 받았습니다.

 

 호동이가 교도소에 있는 동안 낙랑이는 토요일마다 찾아가 만났어요. 만나러 갈 때마다 

낙랑이는 호동이가 가장 좋아한다는 초코렛 빵과 바나나, 또 성경책과 민주주의에 대한

책을 가져가 꼭 읽도록 간절하게 부탁했지요.

 일 년쯤 지난 어느 날, 호동이는 낙랑이가 미안했던지 이런 말을 했어요.

낙랑공주님. 나를 이제 잊어버리고 새 호동왕자를 찾아가세요.”

거 무슨 말씀. 진짜 호동왕자가 여기 있는데, 가짜를 찾아갈 수 없어요.”하는 낙랑이 말에 호동이는 또 감동을 받고, 눈시울이 붉어졌어요.

마침내 호동이는 모범죄수가 되어, 4년 만에 성탄절 특사로 감옥살이에서 풀려났습니다.

 이 날, 낙랑이는 엄마 아빠와 함께 교도소에 가서, 석방되어 나오는 호동이를 반갑게 맞았어요. 호동이는 낙랑이 아빠엄마에게 맨땅에 엎드려 절을 했지요. 낙랑이 아빠엄마는 호동이를 양쪽에서 붙잡아 일으켜주고 위로했고, 낙랑이가 호동이를 힘차게 끌어안고 처음으로 뽀뽀하자, 지나가던 사람들이 이를 보고 박수를 쳐주었습니다.

 며칠 후 신문마다 어떻게 알았는지 큼직한 글자로 새 호동왕자와 낙랑공주라는 이야기가 실렸습니다. 그리고 라디오 방송에서도 진짜 호동왕자와 낙랑공주라는 제목으로 방송했어요. 전국에 있는 사람들이 이 기사를 보거나 방송을 듣고 큰 감동을 받았지요. 그 중에 어떤 회사 사장님은 호동이를 자기회사 직원으로 특별 채용하겠다고 신문에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그로부터 일 년 후였어요. 호동이와 낙랑이가 교회에서 결혼식을 하는 날, 많은 사람들이 와서 그들의 앞길에 축하를 했어요. 여기저기서 보낸 축하 화분 중에 가장 큰 것이 눈에 확 띄었는데, 그것은 대통령님이 보낸 축하 화분이었어요. 이것을 본 신랑 장호동 군은 자기도 모르게 감동의 눈물을 흘렸지요, 하늘에서도 축하하는 듯 흰 꽃눈이 펄펄 내리는 포근한 겨울 오후였습니다.

                                                                                    - 계간 아동문학세상에 발표(2014.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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