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

숲속의 여름학교

유소솔 2020. 12. 23. 19:40

 

 7월의 마지막 주간의 하늘은 계속 맑았지만, 땅에는 무더위가 기승을 부렸습니다.     

 산이 높고 물이 시원한 강원도 치악산 어느 숲 속에는 요즘 한창 어린이들로 붐볐습니다.

       

서울에 있는 푸른샘교회 어린이들이 해마다 이 때쯤이면 이곳에 와서 캠프를 치

, 여름성경학교를 하기 때문입니다.

 굵은 소나무가 빽빽하게 들어찬 그늘 아래에는 유치부와 유년부 아이들이 배웁니다. 시원한 그늘뿐 아니라, 소나무가 은은한 향내를 계속 풍겨주어 기분도 아주 좋습니다.

 그리고 옆 산자락을 덮고 있는 잣나무 숲에서는 초등부 어린이들이 배우고 있습니다.

맑은 공기를 마시고 시원한 그늘에서 배우는 아이들은 잣나무의 향기에 머리가 맑아진듯 성경공부가 머리에 쏙쏙 들어옵니다. 그리고 마음에 감동을 줍니다. 그래서 선생님들과 아이들 모두 얼굴이 환하게 밝고 언제나 싱글벙글합니다.

 

땡그랑 땡,  땡그랑 땡,  땡그랑 땡 ----”

숲 속을 맑게 울려오는 손 종소리 따라 공부를 마친 아이들이 와, 함성을 지르며 달려옵니다. 초등부 송희는 성경책과 여름성경학교 공부 책을 캠프촌 자기 천막 제자리에 갖다놓고, 점심을 먹으러 식당 쪽으로 천천히 걸어갔습니다. 다른 아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는 걸어가면서 손에 쥐고 있는 성구카드를 자주 들여다보면서 입으로 몇 번 외웠습니다. 누구든지 끼니때마다 그때의 성구를 외어야만 식당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그 때였습니다. 그의 앞을 가로막는 휠체어가 있었습니다. 친구 분영이었습니다.

, 최송희. 내 휠체어 밀어!”하고, 말했습니다. 사뭇 명령조였습니다.

 분영이가 몇 달 전에 교통사고를 당하더니, 이상하게 마음이 변했습니다. 아무나 붙잡고 시비를 걸었고, 또 자기 휠체어를 밀도록 요구했습니다.  혼자서 잘 하면서도 친구만 보면 그렇게 했는데, 오늘은 혼자입니다.

 송희에게도 한두 번 그런 요구를 했지만, 무슨 일이든지 억지로 하는 게 싫습니다. 그래서 송희가 그때마다 거절했습니다. 그리고 분영이의 휠체어가 멀리서 보이면 일부러 피했는데, 지금 맞닥뜨린 것입니다.

싫어. , 무슨 일이든지 억지로 하는 건 싫다고 했잖아?”

 그러자 분영이가 눈을 부릅떴습니다.

, 내 친구 맞아? 딴 얘들은 다 한번 이상 밀었는데, 너만 안했단 말야.”

그래도 난, 억지로는 못해!”하면서, 송희는 휠체어를 피해 달아났습니다.

 식당 앞에는 벌써 많은 아이들이 줄지어 서서 성구를 외우고 있었습니다. 송희도 맨 뒷줄에 따라 붙으면서, 손에 쥔 카드를 들여다보았습니다어느 새 송희 뒤로 아이들이 몰려왔습니다. 긴 줄 끝에 분영이의 휠체어도 보였습니다.

 

어느 새 송희 차례가 왔습니다. 장 선생님은 송희를 보시더니 환하게 웃으셨습니다.

송희구나. , 성경을 잘 외우니 이번에도 문제없겠지?”

그럼요.”하면서, 송희는 자신 있게 시원한 목소리로 힘차게 외었습니다.

예수께서 또 이르시대, 나는 세상의 빛이니 나를 따르는 사람은 어둠에 다니지 아니하고

그만 거기서 송희는 막혔습니다. 참 이상합니다. 그 다음은 짧은 말씀인데도, 도무지 생각나지 않아서 자기도 모르게 얼굴이 붉어졌습니다. 창피했습니다.

 장 선생님은, “송희가 웬 일이지?” 하시며, 고개를 저었습니다. 송희는 얼른 눈을 감았습니다. 바로 그 순간반짝! 하는듯하더니, 자기가 어둠 속에 헤매는 모습이 잠깐 보였다가 사라졌습니다. 송희는 금방 깨달았습니다.

그래. , 어둠의 딸이야. , 고집이 세어서 예수님의 빛된 삶을 따르지 못했어. 정말이야.’

 그런 생각에 사로잡힌 송희는 장 선생님께 선생님, 저 나중에 올게요.”하고는, 뒷줄로 달려갔습니다. 그리고 맨 끝 부분  에 있는 분영이의 휠체어 손잡이를 뒤에서 힘껏 쥐었습니다.

분영아. 그동안 미안했어. 오늘부터 교회에 오면, 내가 네 휠체어를 도맡을 께.”

송희가 웬 일이니?”하고, 부영이도 놀라는 눈빛이었습니다.

, 이제부터 어둠을 벗고 빛의 딸로 살아갈 거야.”

? 오늘 점심 성경구절이 바로 그 말씀인데, 너 성경을 다 외었구나?”

그래. 오늘 성경말씀대로 살 거야.” 바로 그 때였습니다.

, , 매애엠 ---”하고, 식당 옆에 있는 큰 나무에서 매미가 갑자기 힘차게 노래했습니다. 매미소리는 마치 두 사람의 화해를 축하하는 듯 했습니다.

 마침내 둘이서 차례가 되어 장선생님 앞에 가까이 갔을 때 선생님이 말했습니다.

어느 새 둘이서 한 짝이 되었구나. 그럼 둘이서 함께 외어봐.”

 그래서 송희와 부영이는 함께 정확한 소리와 박자를 맞춰 중창을 하듯 거침없이 외었습니다.

예수께서 이르시되 나는 세상의 빛이니, 나를 따르는 사람은 어둠에 다니지 아니하고 생명의 빛을 얻으리라. 요한복음 812절 말씀

, 사이좋게 잘 외었어요. 합격!”하고 장선생님 빙그레 웃으셨습니다.

선생님의 미소에 송희와 부영이의 얼굴에서도 환한 미소가 피어났습니다.

푸른샘교회 여름성경학교는 매미의 힘찬 응원과 함께 푸르고 아름답게 잘 익어갔습니다.

                                                                                               - 월간 기독교교육(02. 7월호)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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