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

새와 작은 짐승 겨울나기

유소솔 2020. 12. 26. 20:28

산골짝의 다람쥐 아기 다람쥐

도토리 점심가지고 소풍을 간다.

 

우리나라의 가을하늘은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끝없이 높고 파아란 하늘을 우러러 보고 있으면, 자기도 모르게 하늘의 푸르른 호수 속으로 풍덩 빨려들 것 같습니다.

가을 햇살이 알맞게 내려 쬐는 시월의 어느 공휴일이었습니다.

서울에 있는 `늘푸른교회교회학교 5학년 아이들이 오랜만에 시골로 나들이를 나왔습니다. 교회의 어린이부 부장이신 강 장로님이 자기네 시골집으로 5학년의 선생님과 아이들을 이 날 초청한 것입니다.

박 선생님을 따라 반 아이들 아홉 명이 교회의 미니버스를 타고 출발한지 한 시간 만에 경치 좋은 남양주의 수락산 기슭에 내렸습니다.

아이들은 박 선생님을 따라 산등성이를 오르면서 다람쥐 노래를 불렀습니다. 왜 이 노래를 불렀는지 모르지만, 누군가가 먼저 부르니까 모두 따라 불렀던 것입니다.

 

다람쥐야, 다람쥐야, 재주나 한번 넘으렴

파알 딱 팔딱 팔딱 날도 참말 좋구나.

                                                                                                             

그들이 숨을 약간 할딱이면서 다람쥐 노래를 몇 번 부르고 났을 때 그들 앞에는 울창한 숲이 나타났습니다. 밤나무 숲이었습니다. 밤나무에서는 짙은 냄새가 코를 찔렀습니다.

아이, 독한 냄새!”

안경을 쓴 미경이가 코를 막고 얼굴을 찡그렸습니다.

나는 좋기만 한데? 서울의 자동차 매연 냄새보다야 얼마나 신선하니?”                 

키다리 석호가 코를 벌름거리면서 냄새를 들이마시는 시늉을 했습니다.

, 그렇게 좋아?”하고 송희가 웃자,

그럼.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은 자연히 건강해지거든

그래서 네 키가 크고 몸이 튼튼한 거구나?”

맞아, 바로 그거야. 에헴!”하고 석호가 턱 아래를 쓰다듬었습니다.

그 모습이 웃겨서 아이들이 한 바탕 웃었습니다.

 

그 때 울창한 밤나무 사잇길로 머리가 하얀 강 장로님이 나타나셨습니다.

어서 오게나. 우리 어린 친구들

그 소리에 아이들은 서로 약속이나 한 듯 소리 높여 인사했습니다.

장로님. 안녕하셨어요?”

그래. 나는 이 공기 좋은 곳에 사니까 항상 안녕하지.”

장로님은 박 선생님과 악수하신 후, 밤나무 사이 길로 앞장서서 오르셨습니다.

숲을 빠져나가자, 얕은 언덕에 예쁜 집이 나타났습니다. 빨간 기와를 얹은 흰 색 이층집은 푸른 숲과 어울려 너무 아름다웠습니다. 마당에는 잔디가 깔려있고, 집 주위에는 몇 그루의 푸른 나무가 둘러 서 있었습니다.

이 나무들은 무슨 나무들일까?”

미라의 말에 아이들은 미라 곁으로 다가갔습니다. 나무에는 열매가 달려있었습니다.

이건, 은행나무야.”

저건, 잣나무.”

또 저 끝에 있는 건, 감나무야. 빨간 홍시감인데?”

아이들은 신이 나서 떠들어댔습니다.

그 때 미라가 불쑥 말했습니다.

얘들아. 감은 모두 딴 모양인데, 왜 저 꼭대기 높은 곳에 세 개만 안 땄을까?”

아이들이 미라가 가르키는 감나무를 쳐다보았습니다. 신기하게도 맨 꼭대기에 새빨간 홍시감 세 개가 뎅그라니 매달려 있었습니다.

그건, 너무 높아서 못 딴 것이겠지, .”

미경이 말에, 여자아이들이 맞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아니야. 열매를 몇 개라도 남겨둬야 그것이 감나무란 표시가 아니겠어?”

대길이가 고개를 흔들며 말하자, 남자아이들이 맞장구를 쳤습니다.

그래, 맞아. 그래야 우리 같은 애들도 저게 무슨 나무인지 알지

아니다!”하고, 여자아이들이 대들자

맞다. 우리 남자 말이 맞다!”하고, 남자아이들도 지지 않고 우겼습니다.

 

그때 그들을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얘들아, 모두 집으로 들어와요!”

선생님이 그들을 부르는 소리에 그들은 집으로 들어갔습니다. 장로님의 아내 박 권사님이 그들을 반갑게 맞았습니다.

장로님의 집 마루에는 권사님이 마련한 푸짐한 점심상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반찬은 모두 장로님의 밭에서 나는 것들이어서 싱싱하고 먹음직했습니다.

, 우리 식사기도 노래를 하자.”

박 선생님의 말에 아이들은 함께 노래를 불렀습니다.

 

날마다 우리에게 양식을 주시는 은혜로우신 하나님, 늘 감사합니다. 아멘”    

 

그들은 장로님께도 감사의 박수를 한 후, 모두 맛있게 점심을 먹었습니다.

그리고 과일도 깎아서 나누어 먹었습니다.

그들은 잠시 동안 자유롭게 시간을 보내다가, 다시 장로님의 앞 잔디 뜰에 모였습니다.

장로님은 얼굴 가득히 웃음을 지으면서 그들을 둘러보며 말했습니다.

, 이제부터 일생동안 잊을 수 없는 추억거리를 만들기로 한다. 남자들은 뒤뜰에 있는 배나무에서 배를 따고, 여자들은 뒷동산 숲에서 도토리를 줍도록 하자. 여기는 먹골배로 유명한 고장이다.”

먹골 배요?”하고, 몇 여자아이들이 물었습니다.

먹 같이 검은 배를 먹골 배라고 해. 겉은 좀 검지만 속은 하얗고 아주 달단다. 너희들이 딴 배를 너희들에게 두 개씩 선물로 나눠주고, 또 도토리도 줍는 데로 나눠줄 것이다.”

그 말에 아이들은 , 신난다!”하고, 방방 뛰었습니다.

덩치가 큰 치국이가 학교에서처럼 번쩍 손을 들고 물었습니다.               

장로님. 도토리는 가져다 무엇하는 데요?”

도토리를 어머니께 갖다드리면, 갈아서 도토리묵을 해 주실 거다.”

도토리묵이요?”

아이들은 함께 소리쳐 물었습니다.

그럼. 도토리묵은 영양도 좋고, 아주 맛있단다. . 그럼, 모두 나를 따라 오너라.”

그들이 모두 뒤뜰로 갔습니다. 거기에는 수백 그루의 배나무에 종이봉지를 쓴 많은 배들이 주렁주렁 매달려있었습니다.

그 때 키다리 석호가 생각나는 게 있는지, 얼른 물었습니다.

장로님. 저 앞뜰에 있는 감나무 꼭대기에 감이 몇 개 매달렸는데, 그것은 왜 안 따셨어요? 너무 높아서 못 따신 건가요?”

, 저것은 까치밥이다. 까치밥으로 남겨두었지.”

까치밥이요?”

아이들은 신기한 듯이 되물었습니다.                                                     

너희들 아직 까치밥을 모르는구나. 까치 같은 새들의 먹이란 말이다.”

그럼, 못 따신 것이 아니고 일부러 안 따신 건가요?”

석호가 계속 물었습니다.

그렇지. 겨울이 되어 산천에 눈이 하얗게 덮이면 새들의 먹이가 있어야지. 그래서 옛날부터 우리 조상들은 새들을 위해 저렇게 몇 개씩은 따지 않고 놔두었지. 얼마나 착한 마음씨니?”

, 그렇군요.”

그리고 우리 조상들은 도토리를 미리 주어다가, 눈이 덮이면 산토끼와 다람쥐나 짐승들을 위해 도토리를 뿌려 주었지. 이런 마음은 새들을 기르시고 산 짐승들을 먹이시는 하나님의 마음이시지. 이런 마음을 본받아서 모든 일에 남을 생각하는 마음을 가진다면, 우리도 훌륭한 사람으로 자랄 수 있을 거야.”

남자아이들과 박 선생님은 장로님을 따라 흰 장갑을 끼고 배 밭에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장로님이 가르쳐주신 대로, 아이들은 배를 봉지 채 따서 큰 바구니에 담았습니다.

힘들지 않고 재미있었습니다.

 

또 여자아이들은 권사님을 따라서 뒷동산으로 올라갔습니다.                                             

얘들아, 여기 상수리나무 밑을 잘 살피면 땅에 떨어진 도토리가 많단다. , 여기 있네.” 권사님이 도토리 몇 알을 주어 보였습니다.

난 급히 할 일이 있어 내려가니, 도토리를 줍다가 2시 반까지 내려오너라.”

권사님이 말씀하신 후, 내려가셨습니다.

아이들은 땅에 떨어진 도토리를 줍기 시작했습니다.

뒷동산에는 잡목들 사이로 도토리나무, 상수리나무들이 많아서 도토리가 여기저기에 떨어진 것들이 아주 많았습니다.

아이들이 도토리를 비닐봉지에 줍다보니 시간이 가는 줄 몰랐습니다.

미라가 무심코 시계를 보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얘들아. 시간이 되었으니, 그만 돌아가자!”

미라가 외치는 소리에 아이들이 금방 모였습니다.

벌써 시간이 되었어?”

“2시 반까지인데, 벌써 5분전이야. 빨리 내려가자.”

도토리는 그들의 각자 비닐봉지에 반 이상 차 있었습니다.

문득 송희는 아까 장로님 말씀이 생각났습니다.

얘들아. 추운 겨울에 토끼들도 다람쥐들도 먹을 것 있어야 할 것 아냐?”

, 그렇구나....그럼, 우리 다람쥐를 위해 주운 도토리를 조금 뿌려주자.”

미라의 말에, 모두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얼마쯤이면 좋을까?”

기왕이면 다 주면 어떨까?”

미경이가 도토리를 봉지 채 들어 올렸습니다.

그럼, 우리는 무엇으로 도토리묵을 해먹니?”

영숙이의 말에 모두가 깔깔깔 웃었습니다.

그럼 각자 알아서 마음대로 몇 줌씩 뿌리기로 하자.”

미경이 말에 모두들 각자 봉지를 들고 가서, 여기저기에 도토리를 뿌렸습니다.

 

여자아이들이 산에다 도토리를 뿌린 후 내려와 뒤뜰 배 밭에 왔습니다.

그런데 영숙이의 봉지는 별로 축이나지 않은 것처럼 배가 불렀습니다.

그걸 본 송희가 물었습니다.

영숙이는 도토리를 하나도 안 뿌렸나?”

그 말에 미경이가 얼른 말을 거들었습니다.

아까 영숙이가 말하지 않았나? 자기는 도토리묵을 해먹는다고.”

그러자 영숙이가 두툼한 자기봉지를 들어 보이며 말했습니다.

아니야, 이 가을에는 너희들이 뿌린 도토리로 토끼와 다람쥐가 주워 먹겠지. 그런데 눈 오는 겨울에는 도토리를 찾지 못해 어쩌지? 그래서 나는 이걸 잘 두었다가 눈이 오는 날 이 봉지를 몽땅 장로님께 드려서 눈 위에다 뿌려달라고 부탁할거야.”

, 그렇구나.” 영숙이 말에 아이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오해가 풀렸습니다.

영숙이 말에 감동했는지 송희가 제안했습니다.

그럼, 우리 남은 도토리도 그냥 보관했다가, 눈 오는 날 영숙이처럼 모두 교회로

가지고와서 장로님께 드려 우리 대신 뿌려달라고 부탁하면 어떨까?”                         

 

맞아, 그것 참 좋은 생각이다.”

그래, 좋아,”하고 모두 찬성했습니다.

 

그곳에 남자아이들이 일 끝내고 내려갔는지 하나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 대신 배나무마다 탐스런 잘 익은 배 한개 씩 매달려 흔들거리고 있었습니다.

저것 봐, 배나무마다 새들의 겨울 밥이 하나씩 열려있네.”

미라의 말에 여자아이들이 모두 까치밥이야하고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교회에 다니는 우리들은 교회 안 다니는 애들보다 좀 달라야 해.”

미라의 말에 모두들 한 마디씩 했습니다.

좋은 말이야.”

우리는 빛과 소금이 돼야 해

우리는 예수님처럼 그렇게 닮아가야 해.”

배나무 위에 가을하늘이 푸른 호수처럼 한없이 넓게 펼쳐져 있었습니다

                                                                            -월간 기독교교육(2002. 10월호) 발표

 

'동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윤하의 동화책  (0) 2021.01.06
아까맹그로  (0) 2020.12.26
호동이와 낙랑이 사랑  (0) 2020.12.26
숲속의 여름학교  (0) 2020.12.23
꽃송이 아기의 꿈  (0) 2020.1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