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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시간

하얀 도화지 위에 그림을 그린다 하늘엔 파란색 칠하고 바다엔 푸른색 칠하고 이를 어쩌나 하늘과 바다가 붙어버렸다. 노란 돛단배는 어디에다 그리지? - 소솔 제3동시집 수록(2018) ------------------------------------------------------------------------------ 도화지에 그려진 바다와 하늘의 맞닿음, 갈라지고 떨어지기보다는 하나 되는 삶의 이치, 그곳엔 누구도 들어갈 수 없을 만치 빈 공간이 허용되지 않음을 보여줍니다. 이게 속맛입니다. 돛단배 하나 그릴 자리가 없더라도 바다와 하늘이 맞닿으니 어쩐지 든든하고 넉넉한 느낌입니다. 그래서 우리의 삶이 따뜻한 게 아닐까요? (김완기 원로 아동문학가)

동시 2020.11.20

재개발 산동네

앞집이 이사 가고 또 옆집이 이사 갔다. 하루가 다르게 텅텅 비어가는 산동네 정답던 동네가 을씨년스럽고 무서워진다. 빈집마다 붉은 ☆이 그려지는데 우리는 어디로 가나. 밤에 엄마가 한숨을 쉴 때마다 나는 하늘의 ☆을 보며 기도한다. “저 하늘의 ☆이 우리 집에 내려오게 하소서.“ ---------------------------------------------------- 오순도순 정답게 모여 살던 산동네가 갑자기 재개발에 밀려 흩어지게 됩니다. 엄마가 긴 한 숨을 쉴 때마다 아이는 하늘의 별을 바라본다고 했네요. 그리고 작은 가슴으로 기도하네요. 저 하늘의 별이 우리 집에 내려오게 해달라고 손을 모읍니다. 아이다운 순수함을 보게 됩니다. 별은 꿈입니다. 어려운 처지에서 별을 찾는 마음, 풋풋함이 묻어납..

동시 2020.11.20

철새

세상에 가장 큰 귀 하나 있어 푸른 하늘에 V자로 떼지어가는 저 멋진 철새들의 속삭임을 슬며시 엿들을 수만 있다면----. - 계간 사상과 문학(2010) 게재 - 한국문협 아동문학선집에 수록(2015) ---------------------------------------------------------------- 푸른 하늘을 V자로 떼 지어 날아가는 철새들은 어떤 이야기들을 서로 속삭이며 날아갈까?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 보았을 것이다. 끼륵끼륵 속삭이는 내용이 무엇인지 알아보기 위해 세상에서 가장 큰 귀를 가지고 싶어 하는 호기심을 잘 표현한 작품이다. 특히 군더기가 한 곳도 없이 꼭 필요한 말만 사용했기 때문에 시어들이 제자리에서 반짝반짝 빛을 발휘하며 깔끔하게 느껴진다. 시는 간결 할수록 더욱..

동시 2020.1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