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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팔소리

유년시절. 서울에서 오신 젊은 목사님이 가끔 부는 트럼펫 소리 그 힘찬 나팔소리에 끌려 교회에 자주 찾아갔었다. 청소년 시절. 번화한 네거리를 걷다 갑자기 들려오는 나팔소리에 고개를 돌렸을 때 “십자가 군병들아 主 위해 일어 나 ---“ 몇 사람 안 된 전도 팀에 그 목사님과 그 나팔이 둥둥 울리는 북소리와 함께 거기에 있었다. 그 날 이후 어느 거리에서나 어느 집회에서나 나팔소리가 들릴 때 마다 먼 훗날 천지가 진동震動할 하늘의 나팔소리를 생각한다. 오늘도 나는 잡다雜多한 세상소리에 두 귀를 막고 언젠가 하늘에서 들려 올 천사들의 나팔소리를 향해 조금씩 귀를 열고 나의 사명 찾아 힘차게 달려가련다. - 월간 활천(1991- 11) - 소솔 제1시집(2013) 수록

2020.11.16

호랑이와 토끼

누가 내게 띠를 물으면 서슴없이 ‘호랑이’라고 말했다. 음력 1938년 12월, 무인戊寅생이기에 언젠가 누가 내 생년월일을 묻더니 나더러 ‘토끼’ 띠 기묘己卯라고 했다. 양력 1939년 1월생이기에 그래선지 어려서부터 내 속에는 호랑이도 살고, 토끼도 살고 있다. 기분이 나쁘면 곧 물어뜯을 듯 울컥 성이 났다가 조금씩 잦아들고 조금 불리한 일이 엿보이면 귀를 쫑긋하고 도망치려다 마음을 다잡는다. 나는 평생을 이 두 마리 짐승을 길 들이면서 살아가고 있다. 하늘에서 오신 그분이 내 마음에 들어오신 후부터 - 소솔 제2시집 수록(2019)

2020.1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