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시 22

까치의 좋은 소식

깍깍깍, 깟깟... 할아버지와 함께 서울 가는 버스 타러 아파트 층계 내려갈 때 포로롱 난데없이 새 한 마리 날아와 앞 가로등에 앉더니 우릴 보고 요란하게 짖었다. “할아버지, 저 새가 무슨 새에요?” “저 새는 까치인데, 까치가 울면 좋은 소식이 온다고 했지.” 할아버지가 웃으시며 물으셨다. “단비에게 좋은 소식이 뭘까?” “얼른 생각 안 나는데, 생각해보죠. 그런데 할아버지는요?“ “글쎄다. 나도 생각해 봐야겠는데?” 큰 길 정류장에 가자 곧 버스가 왔다. “할아버지 타셔야죠.” 그때 할아버지가 소리를 지르셨다. “아뿔사, 내 지갑! 지갑을 안 가져왔어.” 우리가 타려다 안 타니까 버스가 그냥 부르릉 떠났다 멀어져 가는 버스의 뒤통수를 보며 할아버지가 한숨 쉬자, 내가 말했다. “할아버지, 아까 까치..

동화시 2021.01.15

외길 시골 길

탈 탈 탈 탈 경운기가 하나가 천천히 기어가는 외길 시골길 아까부터 줄지어 따르는 추석 쇠러 고향 찾은 차들 하나, 둘, 셋, 넷 또 외길로 막 들어선 다섯. 도시에선 쌩쌩 달리던 차들이 앞차 늦게 가면 빵빵 울리던 차들이 이상하게 경적소리 하나 없이 경운기 따라 설설 기어간다. 차가 너무 늦게 간다며 짜증내는 아이들에게 아빠는 “시골에 오면 어쩔 수 없는 거여.” 하고 달래보지만 가끔 뒤돌아보며 손을 흔들어주시는 경운기 할아버지의 미소에 바짝 뒤따르는 차 안에서 이런 소리들이 들려왔다. “아, 순이네 할아버지야” “호랑이 할아버지지” “그렇게 무서운 할아버지야?” “마을에서 가장 나이 많은 어르신이지.” “엄마, 저 할아버지 몇 살이셔?” “아마 올해 90살이 넘으셨을 거야” “와, 그렇게 많으셔?” ..

동화시 2021.0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