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시

까치의 좋은 소식

유소솔 2021. 1. 15. 20:21

 깍깍깍, 깟깟...

 

할아버지와 함께

서울 가는 버스 타러

아파트 층계 내려갈 때                                                                 

 

포로롱

난데없이 새 한 마리 날아와                                               

앞 가로등에 앉더니

우릴 보고 요란하게 짖었다.

 

“할아버지, 저 새가 무슨 새에요?”

“저 새는 까치인데, 까치가 울면

 좋은 소식이 온다고 했지.”

할아버지가 웃으시며 물으셨다.

 

“단비에게 좋은 소식이 뭘까?”

“얼른 생각 안 나는데, 생각해보죠.

그런데 할아버지는요?“

“글쎄다. 나도 생각해 봐야겠는데?”

 

큰 길 정류장에 가자 곧 버스가 왔다.

“할아버지 타셔야죠.”

그때 할아버지가 소리를 지르셨다.

“아뿔사, 내 지갑! 지갑을 안 가져왔어.”

 

우리가 타려다 안 타니까

버스가 그냥 부르릉 떠났다

멀어져 가는 버스의 뒤통수를 보며

할아버지가 한숨 쉬자, 내가 말했다.

 

“할아버지, 아까 까치가 알려줬잖아요.”

“무엇을?”

“할아버지 지갑을 안 가지셨으니,

 챙겨서 가시라 구요.“

 

“맞아. 나는 그것도 모르고 있었지.

 까치 울 때 얼른 내 지갑을 찾았어야 했어.

 그런데 나는 그걸 까맣게 몰랐지 뭐니?

 까치는 우리 잘못을 가르쳐주기도 하는구나“

 

그때 내가 얼른 말했다.

“할아버지, 누구든지

 우리 잘못을 가르쳐 주는 것이

 진짜로 좋은 소식이 아닐까요?“

 

“아, 그래 맞는 말이다.

이제 단비가 나를 깨우쳐주는구나.

그래서 누가 말했지.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라고“

 

할아버지가 지갑을 가지러

아파트로 다시 올라가시자

나는 의자에 앉아 기다리며

할아버지 말씀을 곰곰이 생각했다.

 

‘어린이가 어른의 아버지라고?’

 무슨 뜻인지

 알 듯 말 듯 아리송했지만

기분만은 하늘을 날 듯 기뻤다.

 

그때 싱그러운 바람이 내 목을 간지럽게 했다.

겨울인데도 하늘은 봄처럼 맑고 푸르렀다.

                                                        - 월간 창조문예(2016. 12)

                                                        - 3동시집(2018)에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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