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섬을 그리며
해마다 무더운 여름이 오면
바닷가 개펄 밭에 깊숙이 묻힌
내 유년시절 한 자락을 들춘다.
그곳은 목포역 뒤 ‘동섬’
동쪽에 있다는 작은 섬
어쩌다 똥섬이라고도 불렸지만
우리에겐 여름 방학 놀이터였지.
온몸에 뻘 칠을 한
대 여섯 꼬마 검둥이들이
꼬추를 내 놓고
밀물이 흥건한 바다 한 구석에서
가져 온 낚시를 던져
망둥어나 돔 잡이에 신이 났고
도망가는 썰물이
넓은 개펄 밭을 들어내면
헤엄쳐 건너가서
두 다리 푹푹 빠져가며
게 구멍 쑤셔 게를 잡고
어쩌다 낙지 잡으면 찢어서 나눠 먹고
갈매기를 보면 산에서처럼
얏호! 얏호!
하늘로 손나팔 불면
지나가던 갈매기들이
끼룩, 끼룩, 끼룩..
대답하며 날아갔었지.
누구의 말에 따라
바다에 풍덩 뛰어들어
작은 섬 한 바퀴 돌아오면
맨 꼴지 아이가 말이 되고
다음 꼴지가 마부가 되는
내일 동네 말 타기놀이가 약속된다.
해가 유달산에 가까이 다가가면
재빨리 뭍으로 헤엄쳐 와
바닷물로 몸을 씻고 옷 입은 후
각기 잡은 망둥어 바구니 챙겨들고
허기진 배를 안고 우리 동네 입구에 와
내일을 약속하고 집으로 돌아갔지.
지금 그곳은 동섬 넘어 갓바위 까지
바다를 메워 아스팔트가 쭈욱 깔리고
집들과 빌딩들이 가득 들어선
자동차 씽씽 달리는 번화가 되어 있어
이젠 먼 기억 속에서만 아련히 남아 있는
내 유년의 한 토막이여!
해마다 무더운 여름철이 되면
벌써 70년 세월이 멀리 흘러간
먼 천리 길의 고향
그 개펄 밭에 깊이 숨겨둔
내 숱한 발자국과 아이들이 그리워
‘내 고향 남쪽바다’ 노래를 흥얼대면
나는 어느새
티 없이 맑고 발랄한 13살 소년되어
나도 몰래 주름진 얼굴에 미소가 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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