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처음 열리던 그 옛날
환하고 따뜻한 빛이 쏟아져
어둠과 추움이 사라지고
봄 왕자 오신다기에
서로 먼저 맞으려고
꽃들이 경쟁했어요.
벚꽃과 개나리가 열심히
진달래와 철쭉도 열심히
서로 먼저 잎 피우려고 힘썼어요.
잎을 먼저 피워야
꽃을 피울 수 있고
상을 받을 수 있으니까요
그러는 사이
목련꽃이 얼른 꽃을 피웠어요.
봄 왕자가 그리워 급히 맞으려다
잎 피우는 것 깜빡 잊고
먼저 꽃을 피웠으니, 이를 어쩌나?
- 넌, 엉터리다
- 잎 없이 핀 꽃은 꽃이 아니다
- 잎보다 먼저 꽃피우는 건 잘못이다.
꽃들의 아우성 속에
눈보다 흰 속살을 들어내고
수줍은 소녀처럼
환한 미소만 머금은 목련꽃
마침내 봄 왕자가 찾아와
따뜻한 손길로 안아주며
목련꽃 머리에 하얀 꽃관을
살 풋 얹어주었어요.
- 왕자님, 목련꽃은 잎이 없어요.
- 잎보다 먼저 꽃피우는 건
규칙 위반이쟎아요?
시샘을 하는 꽃들의 항의에
봄 왕자는 슬며시 웃으며 말했어요.
“잎을 피우지 않고
먼저 꽃을 피운 건 이상하지만
나를 무척 사랑하는 마음 때문이지요.
봄은 무엇보다 사랑의 계절이거든요“
그래서 목련꽃은
봄맞이꽃이 되었어요.
봄맞이 꽃 여왕이 되었지요.
무엇보다 사랑이 제일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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