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시

외길 시골 길

유소솔 2021. 1. 15. 17:36

탈 탈 탈 탈

경운기가 하나가 천천히 기어가는

외길 시골길

 

아까부터 줄지어 따르는

추석 쇠러 고향 찾은 차들

하나, , , 넷

또 외길로 막 들어선 다섯.

 

도시에선 쌩쌩 달리던 차들이

앞차 늦게 가면 빵빵 울리던 차들이

이상하게 경적소리 하나 없이

경운기 따라 설설 기어간다.

 

차가 너무 늦게 간다며

짜증내는 아이들에게 아빠는

시골에 오면 어쩔 수 없는 거여.”

하고 달래보지만

 

가끔 뒤돌아보며 손을 흔들어주시는

경운기 할아버지의 미소에

바짝 뒤따르는 차 안에서

이런 소리들이 들려왔다.

 

, 순이네 할아버지야

호랑이 할아버지지

그렇게 무서운 할아버지야?”

마을에서 가장 나이 많은 어르신이지.”

 

엄마, 저 할아버지 몇 살이셔?”

아마 올해 90살이 넘으셨을 거야

, 그렇게 많으셔?”

늙으셔도 저렇게 웃고 일하시니 오래 사시나봐

 

그러자 운전하던 아빠가 불쑥 말했다.

그것보다 저 경운기 때문일 거야.”

경운기가 왜?”

엄마가 금방 물었다.

 

아무리 바빠도 경운기는 천천히 가잖아?”

글쎄, 그게 오래 사는 것과 무슨 관계냐구?”

그러니까 죽음도 천천히 따라온다는

이 아빠의 말씀이지. 에헴!“

 

아빠가 웃지 않고 시치미 떼는 말에

아이들이 깔깔깔 웃었다.

엄마도 호호호 웃었다.

모두들 아까처럼 짜증나지 않았다.

 

따가운 가을볕에

누런 곡식과 과일들이 무르익고

하늘은 더 푸르고 마을은 평화로웠다.

한가위는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는가 보다.

 

                               -3동시집에 수록(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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