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 탈 탈 탈
경운기가 하나가 천천히 기어가는
외길 시골길
아까부터 줄지어 따르는
추석 쇠러 고향 찾은 차들
하나, 둘, 셋, 넷
또 외길로 막 들어선 다섯.
도시에선 쌩쌩 달리던 차들이
앞차 늦게 가면 빵빵 울리던 차들이
이상하게 경적소리 하나 없이
경운기 따라 설설 기어간다.
차가 너무 늦게 간다며
짜증내는 아이들에게 아빠는
“시골에 오면 어쩔 수 없는 거여.”
하고 달래보지만
가끔 뒤돌아보며 손을 흔들어주시는
경운기 할아버지의 미소에
바짝 뒤따르는 차 안에서
이런 소리들이 들려왔다.
“아, 순이네 할아버지야”
“호랑이 할아버지지”
“그렇게 무서운 할아버지야?”
“마을에서 가장 나이 많은 어르신이지.”
“엄마, 저 할아버지 몇 살이셔?”
“아마 올해 90살이 넘으셨을 거야”
“와, 그렇게 많으셔?”
“늙으셔도 저렇게 웃고 일하시니 오래 사시나봐”
그러자 운전하던 아빠가 불쑥 말했다.
“그것보다 저 경운기 때문일 거야.”
“경운기가 왜?”
엄마가 금방 물었다.
“아무리 바빠도 경운기는 천천히 가잖아?”
“글쎄, 그게 오래 사는 것과 무슨 관계냐구?”
“그러니까 죽음도 천천히 따라온다는
이 아빠의 말씀이지. 에헴!“
아빠가 웃지 않고 시치미 떼는 말에
아이들이 깔깔깔 웃었다.
엄마도 호호호 웃었다.
모두들 아까처럼 짜증나지 않았다.
따가운 가을볕에
누런 곡식과 과일들이 무르익고
하늘은 더 푸르고 마을은 평화로웠다.
한가위는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는가 보다.
-제3동시집에 수록(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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