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시 22

난, 어린이가 좋아요

난, 어린이가 좋아요 - 소솔 막내딸이 오늘 앨범사진 찍었다며 그냥 시무룩 표정이다. “왜, 졸업하는 게 싫어? - 엄마, 난 어린이로 살고 싶어요. “중학생이 되면 더 좋잖아?” - 중학생이 되면... “중학생이 되면? - 엄마한테 어리광도 못 부리고, 또... “또...?” - 어린이날 선물도 못 받고. 그래서... “그래서...?” - 난 피터팬처럼 늘 어린이로 살고 싶어요. 엄마는 문득 어린시절이 생각났다. "나도 너만했을 때 그런 꿈을 꾸었었지." 그 말에 딸은 약간 놀란듯 했다. - 그럼, 나도 지금 꿈꾸는 건가요? "그래. 그건 좋은 꿈이야. 꿈값으로 엄마가 선물 하나 사줄게." - 야 신난다. 엄마, 나 이제 중학생이 되겠어요. "중학생이 돼도 어린이처럼 착하면 돼" - 몸은 중학생, 마음..

동화시 2022.05.07

봄맞이 꽃 여왕

봄 왕자 곧 오신다기에 꽃들이 서로 먼저 맞으려고 꽃 피우기 경쟁을 했다. 개나리가 순을 바쁘게 틔웠다. 진달래가 싹을 열심히 키웠다. 벚꽃이 잎을 부지런히 키웠다. 그런데 어느 새 목련화가 꽃을 먼저 피웠다. 봄 왕자가 너무 보고 싶어 순 키우고, 싹 틔우자마자 잎보다 먼저 꽃을 피웠으니 이것을 본 꽃들이 시샘으로 아우성이다. -목련화는 불법이다. -잎 없이 꽃 피우는 건 안된다. -잎 없이 피는 건 꽃이 아니다. 목련화는 환한 미소 지으며 눈보다 흰 몸을 드러내고 수줍은 소녀처럼 우아하게 서 있다. 마침내 봄바람의 안내로 찾아 온 하늘 해의 아들 봄 왕자 환한 미소로 수줍은 듯 맞아주는 첫 꽃, 목련화의 뺨에 가볍게 입 맞추고 머리에 하얀 꽃관을 살풋! 얹어주면서 하는 말씀 -모든 꽃나무들이 움으로,..

동화시 2022.03.28

철이와 의사 아빠

따뜻한 봄날 마당가 벤치에 앉아 철이가 엄마하고 얘기합니다. “철이는 누가 좋아?” - 엄마 좋아 “또 누가 좋아?” - 할미 좋아 “아빠는?” - 아빤 싫어. “왜 아빠 싫어?” - 아빤, 침으로 아프게 하잖아? “그건 너 감기 낫게 하는 거야” - 그래도 아빤 싫어!“ 세 살 난 철이가 어쩌다 감기 걸려 아빠 병원에 가면 아빠가 철이 엉덩이에 손수 주사를 놓은 게 싫은가 봅니다. 아파서 그래서일까? 아빠가 저녁에 들어 오시면 엄마 뒤에 숨었다, 자꾸 달래면 “으앙-”하고 그만 울어버립니다. 몇 달 후 겨울에 철이에게 또 감기가 와서 엄마 등에 업혀 아빠병원에 갔지요. 오늘 따라 아빠는 보이지 않고 예쁜 간호사 누나가 와서 철이 엉덩이에 아픈 주사를 놨어요. “으앙-” 철이가 악을 쓰고 울자 기다렸다는..

동화시 2022.02.05

늦가을 내장산

단풍으로 덮인 하늘 단풍길 긴 터널이 온통 붉다 앞서 걸어가는 사람들 붉은 빛 잠바가 많아 늦가을 내장산은 더욱 붉은 빛이다. 손잡고 걸어가는 엄마 얼굴이 아주 곱다. - 엄마, 아주 예쁘다. “ 그래? 너도 아주 예쁜데 뭘?” - 정말? 나도 예쁜 거야?” “ 단풍 빛을 받으면 모두 예쁘지.” 기분이 좋아진 나는 싱글벙글 웃으며 숲길을 간다. - 엄마, 나 해마다 여기 올 테야. “ 왜, 예뻐지고 싶어서?” - 얼굴이 예쁘면 얼마나 좋아? “ 얼굴만 예쁘면 뭘 해, 마음도 예뻐야지.” 잠깐 샐쭉해진 나 그러다 무슨 생각이 불쑥 났다. - 엄마, 나 이제부터 심술 안 부릴 거야. “그래?” - 옷 투정도 안 할 거야 “그래? - 먹거리 투정도 안 할 거야“ “정말?” - 그럼, 해마다 여기 데려 올 거지..

동화시 2021.11.11

견우직녀가 만나는 날

오늘 아침 달력을 보다 8월 14일 밑에 작은 글자(7.7) 알고 보니 칠월 칠석 견우와 직녀가 만나는 날 문득 2학년 때 선생님께 들은 얘기 하루 전날 들려준 견우와 직녀 이야기 어떤 아이들은 눈물까지 흘렸었는데... 견우는 매일 소로 밭갈이 하는 총각 직녀는 매일 베로 옷감을 짜는 처녀 이들이 일하는 것으로 하늘나라 사람들이 매일 음식을 먹고, 고운 베옷을 입었는데 은하수 사이에서 멀리 떨어져 사는 두 사람 서로 좋아하다 하느님이 알고 결혼시켰는데 일하지 않고 한 달 동안 늘 함께 있으니 하늘에 양식이 떨어지고 옷감도 동이 나 하느님은 벌로 은하수 사이에 다시 서로 멀리 떨어져 살게 하시니 그들이 서로 그리워 날마다 흘리는 눈물이 많은 이슬로 땅에 떨어졌단다. 그들이 간절히 기도하자, 불쌍히 여기신 ..

동화시 2021.08.13

저 수평선 아래에는

하늘과 바다가 만나는 곳 금 하나 길게 그어진 수평선 그 아래에 누가 살고 있을까? 바닷가에 사는 아이는 날마다 해가 이 바다에서 솟아 저 바다로 지는 것을 보며 늘 이런 상상을 하며 혼자서 즐긴다. 해님이 지면서 새빨갛게 하늘과 구름, 바다 물들이고 노을을 아름답게 만들며 수평선 아래로 쑥! 내려가면 보석처럼 아름다운 집과 눈부신 옷 입은 엄마가 있어 아들 수고했다며 칭찬하시고 맛있는 상차림 잘 먹게 하겠지. 해님은 편히 쉬면서 오늘 본 세상 즐거운 것과 슬픈 것을 얘기하면 함께 손잡고 하나님께 기도하고 비단 이불을 펴서 편히 잠들게 하면 꿈 날개 타고 달님을 만나러 가겠지. 엄마는 날마다 새벽 일찍 아들을 깨워 새벽 밥 든든하게 먹이시고 동쪽에서 서쪽까지 한 바퀴 휘~ 돌며 지구촌 곳곳에 빛과 볕을 ..

동화시 2021.07.10

5월이 가는 날

5월이 마지막 가는 날 우리 집은 모두 물음 투성이다. - 5월이 가면, 난 어쩌지? - 왜? - 저 아름다운 꽃을 볼 수 없잖아요? 나의 시무룩한 물음이다. - 5월이 가면, 난 어쩌지? - 왜? - 내가 좋아하는 계절의 여왕이 가잖아요? 중학생 오빠의 아쉬워하는 물음이다. - 5월이 가면, 난 어쩌지? - 왜요? - 6월에도 5월처럼 서로 사랑하며 지낼 수 있을까? 아빠가 무언가 섭섭해 하듯 물으신다. - 우리 모두 왜 그래요? 하느님은 5월이 가면 우리에게 더 좋은 6월을 보내려고 준비하시는데 그걸 몰라요? 이상한듯 엄마가 되려 물으신다. - 아, 그게 무엇인데요? 식구들이 한 목소리로 묻는다. - 유월에는 찔레꽃, 백일홍, 다알리아, 연산홍, 로즈제라늄, 노루오줌꽃이 필거고 - 아름다운 여왕이 가..

동화시 2021.05.31

링컨과 소녀

링컨 어린이는 얼굴 때문에 늘 아이들의 놀림감이 되었어요. - 저 아이 얼굴이 너무 길잖아? - 맞아. 꼭 원숭이 닮았어. 너무 가난해 초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했으나 링컨은 성경과 많은 책을 빌려 읽고 열심히 공부해 커서 변호사가 되고 국회의원이 되어 나중에는 대통령 후보가 되었지요. 상대편 후보가 연설에서 그를 비웃었어요. “여러분, 대통령은 나라의 얼굴이므로 우선 얼굴이 나처럼 잘 생겨야 하는데, 누구는 원숭이 얼굴로 무얼 하겠습니까?“ 그러자 링컨이 연설로 대답했지요. - 얼굴은 하나님이 주신 것이니 탓하면 안 되고, 대통령에게 꼭 있어야 할 가장 중요한 것은 남을 존중하고 섬기는 마음입니다.“ 이 말에 많은 사람들이 뜨거운 박수를 보냈고 그래서 선거에서 이겨 미국 대통령이 되었지요. 그런데 신문에 ..

동화시 2021.05.12

재미있는 미국여행 4

- ‘노아의 방주’ 구경하기 하나님이 내리신 40일 장맛비로 높은 산까지 물이 차올라 모두 죽은 죄 많은 먼 먼 옛날 사람들 바르게 산 노아의 8명 가족과 모든 생물 7쌍씩만 들어가 겨우 살아났다는 방주 이야기 교회에서 배웠지만 아주 먼 옛날 얘기로만 알았지 방주가 얼마나 큰지, 생각하지 못했다. 며칠 후, 고모의 가족을 따라 간 켄터키 주 어느 마을 넓은 벌판에 몇 년 동안 지은 크고 긴 방주를 보니 성경에 있는 크기대로 길이 135미터, 높이 22,5미터 너비가 13.5미터 너무 커 “우와~” 놀랐다. 3층으로 된 방주에는 층층마다 창틀 속에 짐승 모형이 많고 사이사이마다 가득 쌓인 양식 자루들 날마다 예배드리고 하나님을 찬양하고 짐승들 찾아 돌보는 노아의 가족들 2층 입구에 커다란 문을 보며 이 문..

동화시 2021.04.23

누구일까. 2

- 살기 좋은 세상 해가 그리운 날 하늘엔 구름만 잔뜩 끼고 추운 바람에 벌벌 떠는 날 해가 뜨지 않아 미웠다. 봄 방학에 엄마와 함께 떠난 제주 여행 오늘도 구름만 가득 낀 날 해가 뜨지 않아 기분이 별로였다. 비행기 타고 창가에 앉아 엄마와 이런저런 얘기 나누다 창문 케텐 잠시 열어 본 나는 깜짝 놀랐다. 창밖에는 환한 햇빛 가득한 세상 흰 눈이 가득 쌓여 눈이 부셨다. - 엄마 저 하얀 눈 좀 보세요. “그건 구름 이란다.” - 저게 구름이라고요? “해는 날마다 뜨고 환하게 비추는데 저 구름들이 막아 오늘 흐린 날이었지.“ - 아, 그렇구나. 나는 비로소 해의 고마움을 알았다. 비행기 타기 전 불평한 게 부끄러웠다. 매일 세상을 비추기 위해 밝게 뜨는 해 저 구름들이 가로 막아도 화 내지 않고 구름..

동화시 2021.0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