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례자 3

순례자

순례자 - 한경직 목사(1902~ 2000) 인간은 매일 매일 길을 가는 나그네이다. 하루의 삶은 하루의 길을 의미한다. 인생의 길은 일방도로이다. 다시 말하면 한번 가면 다시 돌아오지 못한다. 또 이 길에는 스톱사인도 없다. 쉬어갈 수도 없다 계속 가야만 한다. 이 길에서 아기가 자라 학생이 되고, 학생이 자라 청년이 되고, 청년이 자라 중년과 노년에 이른다. 또 이 길은 항상 순탄하지 못하다. 넓은 들이 있는가 하면, 태산준령도 있다. 음침한 골짜기도 있고 앞길을 가로막는 큰 강도 있다. 항상 개인날도 아니다. 비바람 치는 폭풍우도 있다. 항상 온화한 봄날도 아니다. 백설이 분분한 겨울철도 있다. 그러나 이 길은 누구나 피할 수가 없다. 괴로우나 즐거우나 이 길을 계속 가는 것이 순례자 인간의 운명이..

칼럼 2022.07.19

9월의 기도 (문혜숙)

나의 기도가 가을의 향기로 담아내는 국화이게 하소서. 살아 있는 날들을 위하여 날마다 시작을 꿈꾸며 반쪽 날개를 베고 자는 고독한 영혼을 감싸도록 따스한 향기가 되게 하소서. 나의 시작이 당신이 계시는 사랑의 나라로 가는 길목이게 하소서. 세상에 머문 인생을 묶어 당신의 말씀 위에 띄우고 넘치는 기쁨으로 비상하는 새 천상을 나는 날개이게 하소서. 나의 믿음이 가슴에 어리는 강물이 되어 수줍게 흐르는 생명이게 하소서. 가슴 속에 흐르는 물 영원히 목마르지 않는 생수로 마른 뿌리를 적시게 하시고 당신의 그늘 아래 숨 쉬게 하소서. 나의 일생이 당신의 손끝으로 잡으시는 맥박으로 뛰게 하소서. 나는 당신이 택한 그릇 복음의 순례자들로 묶어 엘리야의 산 위에 겸손으로 오르게 하소서.

산에 오르는 이유

산이 거기 있어 오른다지만 또 다른 이유 있어 나는 산에 오른다. 만나는 사람들마다 미소 어리고 가벼운 대화에도 진실 깃들어 시정市井에서 행세하던 오만傲慢 꼬리 감추고 세파에 겹겹이 입은 위선僞善 스스럼없이 옷 벗는다. 옛날 의義로운 사람들이 그러했듯이 오늘도 나는 자아 찾아 나서는 순례자 되어 또 산에 오른다. - 공간문학시인집 ‘한강의 등대’ (1996) - 제1시집 ‘사랑과 평화’에 수록(2013)

2019.0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