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자녀 위해 무엇을 남겨야 할까

유소솔 2021. 1. 27. 23:34

지난 8월 16일 8순의 실향민 강태원 씨가 불편한 몸을 휠체어에 의지한 채 KBS사장을 찾아갔다.

그는 해방 직후 단신 월남하여 쉰 떡을 먹어가며 근검해서 모은 그의 피와 땀이 고스라니 엉킨 현금 2백억 원의 예금통장과 70억 원 상당의 부동산 등기등본을 내놓고, 이 돈을 사회의 불우한 사람들을 돕는데 사용해 달라고 맡겼다고 한다.

 이 사건은 황금만능사상과 극도의 이기주의가 만연하여 삭막한 우리의 사회에 내리는 단비였다. 동시에 가뜩이나 태풍의 피해로 막대한 재산과 인명피해, 그리고 수 만 가구의 이재민의 울부짖음이 계속되는 답답하고 우울한 세상을 달래주는 시원한 청량제였음이 분명하다.

 

그런데 그는 1남 4녀의 자녀들에게는 아무 것도 물려주지 않았다.

그는 “그동안 아이들을 대학공부 시켜주고 결혼을 시켜줬으니 그것으로 부모의 도리는 다 했다.”고

말하면서, “자식을 제대로 키우려면 재산을 자식에게 물려줘서는 안 된다.”고 교훈했다.

 비록 그는 초등학교 졸업이 학력의 전부였지만, 크리스천으로 교회에서 배운 그의 선행은 이 시대의 많은 사람들에게 큰 교훈을 주었다. 동시에 지식 많고 돈도 많으면서도 이기주의로 무장한 부유층 인사들을 한없이 부끄럽게 한 이 시대의 진정한 스승이며 의인이 아닐 수 없다.

 

이제 우리 한국사회도 자녀들에게 ‘유산 안 물려주기’운동을 전개해야 한다. 이는 선민으로 자부하는 유태인의 지혜서 ‘탈무드’의 기본정신이다. 즉 사랑하는 자녀들에게 물고기를 그냥 주지 말고, 물고기를 잡는 법을 가르치라는 것인데, 이 자녀 양육법이 그들의 수천 년 고난의 세월을 견디며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게 한 위대한 힘이었던 것이다.

 이 운동은 신앙의 자유를 찾아 영국을 떠나 대서양을 건너 아메리카에 상륙하여 모진 고난을 극복하고 참된 기독교의 국가를 건설하는데 전력을 쏟은 퓨리탄들의 ‘국가와 자녀를 사랑하는 법’ 또는 ‘자녀교육법’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퓨리탄들은 자녀와 국가의 발전을 위해 세 가지를 결의하고 실행했다. 하나는 자녀들에게 유산 물려주기 않기, 둘은 자녀 18세가 되면 독립을 위해 집을 떠나게 할 것, 셋은 죽을 때 유산을 사회에 환원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사회는 국민들로부터 많은 유산을 기부를 받아 교회나 학교를 짓는데 사용했으며, 그 결과 하버드나 예일, 프린스턴 등 우수한 사립대학들이 속속 설립되어 인재들에게 장학금을 주어 양성하므로

 짧은 시기에 미국은 오늘 처럼 세계 초일류 선진국가로 발전할 수 있었다.

 

또한 이 정신은 자식들에게 퇴폐와 향락에서 벗어나 근검과 자립생활을 촉진시켰고, 동시

에 오늘의 서구 문명사회를 건설하는 밑거름이 된 것이다. 즉 자녀들이 성인이 될 때까지 보호와 양육은 책임지지만 성인이 된 후로는 그들 스스로 자립하도록 하게 한다. 그 대신 열심히 노력해서 번 재산을 사회의 공익기관에 기증함으로서 사회의 발전에 크게 공헌하는 촉진제가 되게 한 것이니,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이제 우리의 부모들은 자녀들에게 무엇을 남길 것인가 고민해야 한다. 무조건적 자녀사랑에 눈이 어두워 자녀들을 왕자병이나 공주병을 들게 하는 우愚를 범해선 안 된다. 왕자병이나 공주병이 들면 그 자신은 물론 주위 사람들에게까지 고통을 주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 유산을 남기지 말고, 공익사회에 기증하는 결심을 하자. 그리고 우리의 자녀들에게 돈 버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음을 알려주자. 그것이 신앙교육이다. 자녀의 마음속에 예수 그리스도를 심어주는 신앙교육이야말로 하나님께 영광된 삶이요. 인간의 참된 가치와 보람을 안겨줄 인생 최고의 처방전이기 때문이다.

                                                                                                   - 주간 한국성결신문(2010.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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