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양심의 자유와 국가의 안보

유소솔 2021. 2. 13. 18:07

                           

 

 

지난 5월 21일 서울남부지법의 이0열(36세) 판사는, 국민의 의무인 병역을 거부한 모 종교의 신도 3명에 대해 '양심의 자유'를 이유로 무죄를 선고함으로 국론이 극도로 분열이 되는 양상을 빚어내고 있다.

 이번 판결에 따른 논란의 핵심은, 종교적 신념을 포함한 양심의 자유가 입영을 거부할 수 있는 정당한 이유가 될 수 있느냐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판결은 헌법 19조와 20조에 규정된 양심의 자유와 종교의 자유를 지나치게 확대해석하여, 이를 정당하다고 인정함으로서 과거의 판례를 깨는 당돌한 386세대 판사의 모습을 보여 더욱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기독교의 이단종파인 모 종교의 징집거부 이유는 무엇일까.  ’살인하지 말라’는 십계명을 원리적으로 따른 것이다. 그러나 이 계명을 직접 받은 이스라엘 백성들은 어떻게 대처했던가. 이스라엘은 출애급 당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국민개병주의를 채택하여 적이 침입하면 누구든지 반드시 나가서 싸웠고, 그들의 국토와 국민을 스스로 보호하고 있다.

 또 그들처럼 십계명을 철저하게 지키는 민족이 이 지구상에는 없다. 그럼에도 그들은 지금도 국가를 수호하기 위해서 남녀의 차별 없이 18세만 되면 군복무를 2년 간 의무적으로 감당하고 있는 이스라엘의 안보의 의지를 확인하는 엄연한 현실을 왜 우리의 일부 판사들은 직시하지 못하는 것일까. 

 

개인양심의 자유와 국가안보는 민주주의 사회를 형성하고 유지하는데 매우 중요한 주제이다. 대개 민주사회에서는 개인양심의 자유를 법으로 보장하지만, 국가공동체 유지나 안보를 위해서는 양심의 자유를 법으로 제한할 수 있다는 것이 그간의 통례였다. 만약 국가를 지키지 못하고 잃어버린다면, 양심이나 자유나 생명도 함께 잃어버리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종교적 신념을 포함한 양심적 병역기피자들에게 입영 대신 대체복무 제도를 활용하고 있지만, 우리의 경우 휴전선 넘어 적과의 대치상태에 있는 분단국으로서 국방의 의무는 국가공동체를 유지하는 수단이요 국민생존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에 미국과 동일한 잣대로 이를 적용할 수는 없다는 것이 대다수 국민들의 판단이다.

 

양심적 병역 거부자를 법으로 허용하는 것은 국민의 국방의무에 어긋날 뿐 아니라, 병역기피의 수단으로 얼마든지 악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무엇보다 문제는 소위 양심적 병역 거부자와 양심을 빙자해 병역을 기피하는 자를 구분할 수 있는 기준이 무엇이냐는 것이다.

 아직 우리는 그런 기준이 법으로 명확히 제시되지 않아서, 단지 재판관이 임의로 심문하여 나름대로 판단하는 현실이기 때문에 판사에 따라 얼마든지 악용할 수 있는 소지가 있다.

 

 미국의 경우, 병역기피의 동기와 과정, 그리고 병역거부 의사표시 이후 사회활동 등을 고려한다지만, 그 또한 대부분 주관적 판단에 좌우되기 때문에 위험한 것도 사실이다. 거짓말 탐지기가 있지만, 정확도가 50% 미만이라는 통계를 보더라도 활용할 수 없고, 객관적 판단기준이 모호한 상태에서 양심의 자유를 표방하는 병역 거부자의 손을 함부로 들어준다는 것은 사회의 공동체 유지를 위한 선과 악을 판단하는 공직자로서 너무 안일하고 무책임한 처사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에서는 군대에 가기 싫은 청년들이 기피의 수단으로 집총 거부하는 종교에 몰려들어, 한 때 국방부에서 골머리를 앓았다는 외신이 전해지고 있다. 그래서 한 때 미국에서는 십계명을 지키는 이스라엘은 국가를 지키기 위해 여자들도

의무적으로 입대하는데 비해, 그들은 여자보다 못한 비겁자라고 조롱하기도 했다고 한다.

 만일 이 판결을 대법원에서 인정한다면 우리의 경우, 징집기피를 위해 집총거부를 내세우는 사이비종교가 크게 왕성하여 민족의 운명과 사회발전을 저해할 우려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앞으로 이 판결은 상고심에서 반드시 원심을 깨뜨리는 방향으로 진행돼야 할 것이다.

 

국방의 의무는 우리의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이기에 조그만 구멍이 있다면, 그 구멍으로 빠져나가려는 사람들의 심리가 누구나 있다. 과거 부패한 정권에서 뇌물이나 권력의 힘으로 이 구멍으로 빠져나간 자들이 그 얼마나 많았던가.

 더구나 모든 행위에 대해 법으로 판단하는 법관들은 국방의 의무는 곧 나의 일, 가족의 일, 더 나아가 국가의 존망이 걸려있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대처해야 한다. 마치 남의 일이라는 듯 그런 안이한 인식으로 국방문제를 다루는 공직자들은 마땅히 퇴출되어야 하고, 국가안보관에 더욱 철저해야 할 것이다.

                                                                                      - 주간 크리스천한국신문(2004. 6.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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