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독도 분쟁과 인내의 전략

유소솔 2021. 4. 20. 15:37

 

삼국지의 얘기다. 촉나라의 유비와 관우가 볼일이 있어 장비에게 성을 맡기면서 “적군이 도발할지라도 절대로 나가싸우지 말고, 돌아올 때까지 성을 굳게 지키라.”고 신신당부하고 길을 떠났다. 유비가 없는 것을 알고 적군이 들이닥쳐 성을 포위한 후 공격했지만, 성이 천혜요새인지라 수비만 해도 아무 해가 없었다.

그러자 적은 전략을 바꿔, 큰소리로 장비에게 갖은 욕설을 퍼부어 화나게 했다. 성질이 불같은 장비는 도저히 참을 수 없어, 성문을 열어 군사들을 이끌고 나갔다. 그 때 성문 곁에 적의 복병들이 성문으로 재빨리 들어가 성을 점령함으로, 장비는 변변히 싸워보지 못하고 성을 빼앗기고 떠돌이 신세가 되고 만다.

 

지난 2월 22일 주한 일본대사가 외신기자들과의 회견에서 “독도는 역사적으로, 국제법적으로 일본의 영토이다.”고 주장함으로, 한일간 독도분쟁이 또다시 불거졌다. 이에 국민들 간에는 ‘주일대사 추방운동’을 벌리는 등 반일운동이 불같이 확산되고 있다. 주한 일본대사들이 부임하면 반드시 하는 첫소리가 '독도는 일본 땅'이라는 것을 전략적으로 하고 있지만, 우리는 아예 그 발언을 무시해버려야 한다. 왜 그래야만 할까?

 

저도 가서 보았지만 언듯 보면, 독도는 별 쓸모없는 조그만 바위섬 2개에 불과하다. 왜 이런 섬을 한국과 일본이 한 치의 양보 없이 오랫동안 대치하는 것일까. 여기에는 3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배타적 수역(EZZ) 때문이다. 일본이 독도를 확보할 경우 독도근방의 반경 200해리가 일본영유권이 되어, 한국은 큰 어장을 잃고 수산업은 큰 타격을 입게 된다.

둘은, 메탄 하이드레이트 때문이다. 해저의 생물이 죽어서 발생하는 메탄가스가 얼음의 결정 속에 갇혀 고체화 된 상태를 말하는데, 이것은 일반 천연가스보다 몇 배나 높은 에너지여서 이 메탄 하이드레이트가 독도를 중심으로 엄청나게 묻혀있다는 것이다.

셋은, 대일평화조약 문제 때문이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패한 일본은 평화조약에서 “일본은 한국의 모든 권리, 청원, 청구권을 포기한다.”고 선언했다. 그런데 만약 일본이 한국에서 독도를 빼앗는다면 이를 계기로 일본은 2차대전 당시 점유했던 태평양 연안의 섬들(사하린 포함)을 다시 차지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독도는 한국의 경상북도 울릉군에 소속된 한국 땅이다. 그곳에는 벌써 주민 수십명의 주민등록지가 되었고, 경찰이 주둔하고 있다. 그런데도 왜 일본은 장관이나 대사 등 고위관리들을 통해 독도의 소유권을 주장하는 망언을 가끔씩 터 뜨려 한국인들을 분노케 할까. 그것은 독도를 차지하기 위한 치졸한 전략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독도가 일본의 영토임을 주장하는 역사적 근거로, 1600년대 애도 막부정권 때 일본인 무라카와가 독도에서 전복과 물개를 잡았다는 기록을 제시한다. 그러나 한국은 그보다 1천년 전 신라시대(서기 512년)에 독도(우산도)가 우리의 영토임을 기록했고, 1432년에 편찬한 지리지(地理誌)에도 기록이 남아 있어, 역사적으로 우리가 유리하다.

 

이런 엄연한 사실을 알면서도 일본이 계속 독도영유권을 주장하는 이유는 독도를 양국의 분쟁지역화하여 이를 국제사법재판소로 몰아가려는 속셈이 있다. UN의 국제사법재판소에는 15명의 국제재판관 중 반드시 일본인이 1명 있고, 운영비의 대부분을 일본이 담당하고 있어, 만약 재판할 경우 일본에게 유리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그러나 국제사법재판소의 건은 양국이 공통으로 제소해야 성립되는 법 때문에 일본이 한국을 분쟁으로 끌여들이기 위해 계속 망언을 일삼고 있으며, 한국은 이 분쟁에 말려들지 않기 위해 분통이 터지지만 그들의 망언을 계속 무시해버리는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80년대 “독도는 우리 땅”이라는 국민가요도 그래서 부르지 않고 있다. 주민이 계속 100년만 거주하면 국제적으로 무조건 인정 받게 된다니, '인내로 결실하는 자'(눅 8:15), 인내하는 자여, 복이 있으리라.

 

- 주간 한국크리스천신문(2012. 3.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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