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솔이 좋아하는 시와 글

첫 마음

유소솔 2022. 1. 15. 00:02

   

      첫 마음

                   - 정채봉(1946-2001)

 

1월 1일 아침에 찬물로 세수하면서

먹은 첫 마음으로 1년을 산다면

학교에 입학하여 새 책을 앞에 놓고

하루 일과표를 짜던

영롱한 첫 마음으로 공부를 한다면

 

사랑하는 사이가

처음 눈이 맞던 날의 떨림으로

내내 계속 된다면

첫 출근하는 날

신발 끈을 매면서 먹은 마음으로

직장 일을 한다면

 

아팠다가 이 낫는 날의

상쾌한 공기 속의 감사한 마음으로

몸을 돌본다면

개업 날의 첫 마음으로 손님을 언제고

돈이 적으나, 밤이 늦으나

기쁨으로 맞는 다면

 

세례성사를 받던 날의 빈 마음으로

눈물을 글썽이며 교회에 다닌다면

여행을 떠나던 날

차표를 끊던 가슴 뜀이 식지 않는 다면

 

사랑은 그때가 언제이든지

새 마음이기 때문에

바다로 향하는 냇물처럼

날마다 새로우며, 깊어지며 넓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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