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아테네 올림픽 폐회식 직전 경기는 온 인류의 가슴에 감동의 물결이 일게 했다.
보통 폐회식 직전 행사는 마라톤경기로 진행하여 입상자들의 골인 장면을 세계인들의 관심이 집중하기에 마라톤을 올림픽의 꽃이라고 한다.
올림픽의 시작도 그리스의 승전소식 전하기 위해 마라톤 거리만큼 달렸다가 죽은 한 용사를 기념하기 위한 것 아니던가.
그런데 이날 폐회식에 앞선 경기는 마라톤이 아닌 태권도였다.
주최국 그리스의 자존심을 건 태권도 80kg 이상의 결승전을 선택했다. 이는 그리스 선수가 결승전에 진출하자 우승할 수 있으리라 확신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그리스의 우방국 심판도 세웠다. KO승이 아니면 한국 선수에게 불리할 것이라고 중계한 한국 아나운서의 멘트에 TV로 시청하던 나는 기도했다. 우리 문 선수가 KO승을 안겨달라고.
마침내 경기가 시작되자 그리스의 니콜라이 선수가 선제공격을 퍼부었다.
그의 키도 몸집도 우리 문선수보다 약간 우세해서 걱정도 되었다. 그런데 그리스 선수가 또 달려들자 문선수가 그의 특기인 '돌아서 높이 뛰는 발차기'로 상대의 턱을 차서 쓰러뜨렸고, 눈 깜짝하는 순간에 KO승이 선언되었다. 나는 시청하면서 환호했다. 우리 국민도 누구나 환호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우리 문선수가 두 손 높이 들고 환호하지 않은 것이다.
그는 곧 쓰러진 상대 선수에게 가서 일으켜 세워주었다. 그리고 “당신이 챔피언이다”하고 말한 후, 그에게 엄지척을 했다. 그는 그 자리 매트 위에 끓어 앉아 하나님께 감사기도를 했다. 이는 나를 포함한 전 세계인들이 감동 받지 않을 수 없는 명장면이었다.
그가 금메달은 받은 후, 시상대에서 내려오자 기자들이 몰려오므로 자연스럽게 회견을 하게 됐다. 소감을 묻자 “내가 이 상을 받게 되어 영광이다. 그러나 결승전에서 내가 이긴 것은 운이 좋았을 뿐, 니콜라이 선수는 훌륭한 선수지만 운이 없었을 뿐이다.”
또 기자가, “승리가 선언될 때 기뻐하지 않고 상대선수에게 달려간 것이 신선하다”고 하자
그는 “만일 경기 중에 내가 쓰러졌더라도 상대선수가 나를 일으켜 세웠을 것이다. 이것이 스포츠 정신이다.”고 말했다.
이 말이 방송으로 보도되자, 시상식에 참석한 1천여 명의 관중들이 큰 감동을 받았다.
힘찬 환호와 박수를 보냈고, 세계의 신문들이 그의 사진과 말을 특집으로 꾸며, 문선수의 순수함과 아름다운 스포츠 정신에 감동했다. 또 “오랫만에 진정한 스포츠맨을 만났다.”고 평가했다. 그의 스포츠 매너와 정신에 오히려 우승을 놓친 그리스체육회가 더욱 감동하고, 올림픽정신에 가장 적합한 선수라고 칭찬했다.
그의 스포츠맨으로서 멋진 활약과 매너는 세계에 한국인의 선한 이미지를 각인시켰다.
그래서 한국체육회가 해마다 시상하는 그해의 ‘한국체육대상’을 12월에 문 선수에게 안겼다.
그런데 그리스올림픽위원회에서도 그해의 ‘그리스체육대상’을 한국인 문대성 선수로 선정하고 국빈대우로 초청하여 시상했다. 그는 서울 모교회의 집사였는데, 그 후 우리 국회의원도, 올리픽국제위원도 역임, 동아대 태권도 교수 봉직했다.
오직 승리만을 왜치고 있는 오늘의 세계 모든 스포츠인들이 이런 문 선수를 본 받는다면, 스포츠를 통해 세계평화가 이루어 질 수 있으리라. 나는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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