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월의 언덕
- 노천명(1911~1957)
아카시아꽃 핀 유월의 하늘은 사뭇 곱기만 한데
파라솔을 접듯이 마음을 접고 안으로 안으로만 들다
이 인파 속에서 고독이 곧 얼음모양
꼿꼿이 얼어 들어옴은어쩐 까닭이뇨
보리밭엔 양귀비꽃이 으스러지게 고운데
이른 아침부터 밤이 이슥토록 이야기해 볼 사람은 없어
파라솔을 접듯이 마음을 접어가지고 안으로만 들다
장미가 말을 배우지 않은 이유를 알겠다.
사슴이 말을 하지 않는 연유도 알아듣겠다.
아카시아꽃 핀 유월의 언덕은 곱기만 한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