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구나무 서기
땅의 노래(3)
양왕용 교수(부산대 명예)
아침 등산길에
물구나무 서기 기구에 매달려
풍경을 바라보면
뭇나무들 붙잡고
그들 놓치지 않기 위하여
땀 흘리고 있는 그대에게
박수치고 싶다.
매달린 발
빠져나오지 않을 정도의 힘만 남기고
힘차게 박수치고 싶다.
사람들
크고 작은 행사 있을 때마다
나무에게 온갖 것 매달고
심지어
연인들 몰려와
자물통 매달아
사랑의 언약이라고
서로 껴 앉고 떨어질 줄 모를 때마다
지르는 나무들의 비명소리
다 들어주고 다독거리는
그대에게
사랑스럽다는 말도 못하고
발 빠져나올까 안간힘만 쓰는
나 자신 정말 부끄럽다.
그대 천사의 날개보다 더 넓은
십자가에 매달려 숨 거두시면서도
어머니와 온 인류 염려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 같은
그 사랑에
아무 말 못하는 내가 더욱 부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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