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

얼음 위에 쓴 동시

유소솔 2021. 1. 8. 17:20

매섭게 춥던 지난겨울

   꽁꽁 언 마을 호수

아이들이 왁자지껄                                          

   신나게 뛰놀았지

팽이 치는 아이들

  썰매 타는 아이들

    스케이트 지치는 아이들

      지쳐 눈 위에 눕는 아이들

 

나는 미소로 지켜보며

솔가지 붓으로

떠오르는 동시를

얼음 위에다 크게 썼었지.

 

이제 봄이 된 호수에는

푸르른 물이 가득하고

얼음 위에 쓴 내 동시는 사라졌으나

 

큰 잉어 한 마리

물 위로 크게 솟구치는 걸 보며                       

아, 나는 기원했다.

 

내 동시를 먹은 물고기들이                                                             

싱싱하고 통통하게 자라

낚시로 사람들 밥상에 오른다면

 

그걸 먹은 사람들의 마음

모두 동심으로

변할 수 있기를

 

동심으로

환한 세상이 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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