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차려주신 점심 상
밥과 국, 시퍼런 상추쌈에
빨강고추도 있다.
아빠는 상추쌈 하며
두 눈 부릅뜨고 입 크게 벌려 넣어
아빠의 저런 모습 무서웠으나
빨강고추 된장에 푹 찍어
이그작 이그작 씹으며
‘엄지 축‘ 하고 웃으신다.
나도 아빠를 따라
상추쌈을 입 크게 벌려서 넣고
빨강고추 된장 묻혀
아그작 아그작 씹는데
톡! 톡! 쏘는 매운 맛에
그만 눈물을 흘리며
입에 불이 붙는 듯해
일어나서 펄펄 뛰자
얼른 접시를 내 입에 댄 엄마
- 얼른 뱉어! 어서.
난 몽땅 접시에다 상추쌈 뱉어내고
찬물을 계속 마신다. 그래도 맵다.
- 엄마, 나도 아빠처럼 쌍추쌈으로
‘엄지축’하고 싶어요.
- 숙아. 빨강 고추는 아직 안 돼
어른이 되어야 먹을 수 있단다.
난 또 찬물을 마시며 깨닫는다.
어른들 입은
아이들 입과 다른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