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

상추쌈과 엄지축

유소솔 2021. 8. 26. 00:01

 

 

엄마가 차려주신 점심 상

밥과 국, 시퍼런 상추쌈

빨강고추도 있다.

 

아빠는 상추쌈 하며

두 눈 부릅뜨고 입 크게 벌려 넣어

아빠의 저런 모습 무서웠으나

 

빨강고추 된장에 푹 찍어

이그작 이그작 씹으며

‘엄지 축‘ 하고 웃으신다.

 

나도 아빠를 따라

상추쌈을 입 크게 벌려서 넣고

빨강고추 된장 묻혀

아그작 아그작 씹는데

 

톡! 톡! 쏘는 매운 맛에

그만 눈물을 흘리며

입에 불이 붙는 듯해

일어나서 펄펄 뛰자

 

얼른 접시를 내 입에 댄 엄마

- 얼른 뱉어! 어서.

난 몽땅 접시에다 상추쌈 뱉어내고

찬물을 계속 마신다. 그래도 맵다.

 

- 엄마, 나도 아빠처럼 쌍추쌈으로

   ‘엄지축’하고 싶어요.

- 숙아. 빨강 고추는 아직 안 돼

  어른이 되어야 먹을 수 있단다.

 

난 또 찬물을 마시며 깨닫는다.

어른들 입은

아이들 입과 다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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