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없는 女人이 되어

유소솔 2023. 6. 7. 23:57

 

                                        - 노천명(1911~1957)

 

어느 조그만 산골로 들어가

나는 이름 없는 女人이 되고 싶소

 

초가지붕에 박넝쿨 올리고

삼밭에 오이호박을 놓고

들장미로 울타리를 엮어

마당엔 하늘을 욕심껏 들여놓고

밤이면 실컷을 안고

부엉이가 우는 도 내사 외롭진 않겠소.

 

기차가 지나가 버리는 마을

놋 양푼의 수수엿을 녹여 먹으며

내 좋은 사람이 늦도록

여우 나는 산골 얘기를 하면

삽살개을 짓고

나는 여왕보다 더 행복하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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