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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

- 피천득(1910~2007) 잠이 깨면 바라다보려고 장미 일곱 송이를 샀다. 거리에 나오니 사람들이 내 꽃을 보고 간다. 여학생들도 내 꽃을 보고 간다. 전차를 기다리고 섰다가 Y를 만났다. 언제나 그는 나를 보면 웃더니, 오늘은 웃지를 않는다. 부인이 달포째 앓는데, 약 지으러 갈 돈도 떨어졌다고 한다. 나에게도 가진 돈이 없었다. 머뭇거리다가 부인께 갖다 드리라고 장미 두 송이를 주었다. Y와 헤어져서 동대문행 전차를 탔다. 팔에 안긴 아기가 자나 하고 들여다보는 엄마와 같이 종이에 싸인 장미를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문득 C의 화병에 시든 꽃이 그냥 꽂혀 있던 것이 생각났다. 그때는 전차가 벌써 종로를 지났으나 그 화병을 그냥 내버려 두고 갈 수는 없을 것 같았다. 나는 전차에서 내려 사직동에 있는..

수필 2021.09.11

최고상 받은 그림

- '상 받은 그림'(엄기원)의 페러디 엄마와 아이가 어린이 그림 전시장에 갔다. 울긋불긋한 그림들 상 받은 그림들이 여기저기 걸려 있었다. 어떤 그림 앞에서 아이들과 엄마들이 그림보며 비웃고 있었다. 짝짜기 눈 왕방울 눈 코도 비뚤 입도 째진 못 생긴 엄마 얼굴에 - 최고상- 00초등학교 5학년 피가소 아이가 말했다. " 엄마, 이 상은 제일 못 그린 사람에게 주는 상인가 봐요." 엄마가 대답했다. “맞아. 그런 상도 있나 봐.”

동시 2021.09.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