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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집 하나 짓고 싶다

나는 그곳에 빈집 하나 짓고 싶다. 잃어버린 자아 찾는 사람이면 돈 없이 누구라도 며칠 쉴 수 있는 생수 같은 맑은 시내가 있고 작아도 천하지 않은 초가삼간 마당에 철따라 꽃들이 피고 과일나무도 있어 심심치 않아 볕이 잘 드는 남향에 밤엔 달도 별도 초롱초롱 보이는 집 여름에는 모기향 피울 수 있고 겨울에는 군불 지피는 땔감도 있어 인생의 의미 찾기에 도움 되는 좋은 책들과 성경도 꽂혀 있어 사람이 그립다 하면 이웃에 사는 우리 내외가 달려가 이런저런 얘기하다 주님 만나도록 돕고 허기지면 우리 집 소찬으로 모시고 싶다. 만년설이 덮인 먼 산을 바라보며 옥 같은 물 흐르는 수정水晶 마을 그곳에 빈집 하나 짓고 싶다. 하늘나라 닮은 그런 집 하나 짓고 싶다. - 작시(2013. 01. 18) - 월간 창조문..

2020.11.16

알프스 끝자락 호수에서

1990년 8월, 그 어느 날 독일 유학생 조趙 목사와 함께 이탈리아 성지를 돌아보고 돌아오다 만난 가파른 언덕 이름 모를 호수. 웃통을 벗고 바지 걷고 양말까지 벗어 첨벙 호수에 뛰어든 순간 발목이 싸늘해 온다. 놀라며 고개 들고 바라 본 하늘 머리에 흰 눈을 이고 선 머언 산 알프스 산맥의 끝자락인가. 흰 눈이 여름마다 조금씩 녹아 흘러서 쌓이고 쌓인 호수 빙하氷河 맑고 푸른 태고의 숨결이 녹아 있는 듯 경건한 마음으로 두 손 모아 물을 떠 마신다. 맑고 푸른 찬 기운이 몸속을 시원케 하고 끼얹는 물에 상체上體가 부르르 떨며 한 여름 살 힘이 불끈 솟아오른다. - 소솔 제1시집에 수록(2013)

2019.01.28

위풍당당 고구려 후예들이여

고구려! 그 이름만 들어도 가슴 설레는 우리 민족의 위대한 기상氣象 남으로 아리수 북으로 압록과 두만을 넘어 드넓은 요동벌판에 도읍하여 살수대첩으로 수隋나라 멸망 촉발하고 요동 벌 전투에서 당唐 태종 물리쳐 을지문덕, 양만춘, 연개소문 이름들 천하에 떨쳐, 고국천왕과 광개토대왕, 그리고 장수왕 3대에 걸친 영웅들의 가슴 넓이만큼 동북아시아의 영토가 확장되어 한 민족의 원조 고조선 땅을 모두 되찾은 웅대한 기상 서린 절대군주 앞에 왕들이 벌벌 떨며 앞 다투어 조공租貢 바친 장구한 7백년의 역사는 그야말로 위풍당당 그것이었다. 일찍이 창조주의 섭리 속에 전개된 이 엄연한 역사적 진실이 지금도 중국 집현 땅에 광대토대왕 비석으로 우뚝 서 있는데 언제부터 우리는 그 드넓은 요동 벌판 다 빼앗기고 압록강, 두만강..

2019.0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