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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숲의 합창

류재하 담양에 가면 맑고 푸른 합창소리가 들린다. 고지산 남서쪽 부챗살처럼 활짝 펼쳐진 언덕 대나무 소나무 숲을 이룬 초록동산에 찾는 이마다 몸과 마음이 청순해 진다. 솔바람에 송화松花 가루 날고 댓바람에 죽향竹香이 은은하면 하늘을 찌를 듯 뻗은 울창한 대숲에서 봄의 합창소리가 들려온다. 탁, 탁, 탁, 탁 나무끼리 부딪치는 리듬소리 사아악, 사아악 소나기 오는듯한 댓잎소리 짹, 짹, 짹, 짹 숲을 날며 노래하는 참새소리 뻐꾹, 뻐뻐국 먼 산에서 짝 찾는 뻐꾸기 소리 이 소리, 저 소리가 어울려 내는 합창소리에 귀를 기우리면 세파에 엉킨 이기심이 옷을 벗고 세속에서 잃어버린 자아自我가 다가오며 4월의 봄볕은 저만치 비켜가고 있다. - 작시일(2003. 4. 12) - 소솔 제1시집 수록(2013) ---..

2020.11.16

나팔소리

유년시절. 서울에서 오신 젊은 목사님이 가끔 부는 트럼펫 소리 그 힘찬 나팔소리에 끌려 교회에 자주 찾아갔었다. 청소년 시절. 번화한 네거리를 걷다 갑자기 들려오는 나팔소리에 고개를 돌렸을 때 “십자가 군병들아 主 위해 일어 나 ---“ 몇 사람 안 된 전도 팀에 그 목사님과 그 나팔이 둥둥 울리는 북소리와 함께 거기에 있었다. 그 날 이후 어느 거리에서나 어느 집회에서나 나팔소리가 들릴 때 마다 먼 훗날 천지가 진동震動할 하늘의 나팔소리를 생각한다. 오늘도 나는 잡다雜多한 세상소리에 두 귀를 막고 언젠가 하늘에서 들려 올 천사들의 나팔소리를 향해 조금씩 귀를 열고 나의 사명 찾아 힘차게 달려가련다. - 월간 활천(1991- 11) - 소솔 제1시집(2013) 수록

2020.1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