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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절 별곡別曲

류재하 아가야, 너는 아느냐 성탄절이 왜 연말年末에 있는 지를 한 해 동안 쌓인 사람들의 죄를 씻어주시려고 새해에는 모두 새 마음으로 살게 하시려고 해마다 우리의 죄 짐을 홀로 지시기 위해 연말에 오시는 예수님이신 것을. 아가야, 너는 아느냐 성탄절이 왜 겨울에 있는지를 추위에 떠는 가난한 사람들과 함께 지내시려고 겨울이 오면 봄이 멀지 않았다는 희망을 주시려고 해마다 하늘의 복된 소식을 가득 안고 겨울에 오시는 주主님이신 것을. - 창조문예(2002 12호) - 소솔 제2시집 수록(2019)

2020.11.16

어느 오케스트라의 연주

류재하 알렉산더 아니시모프가 지휘하는 부산시립교향악단과 유영욱 피아니스트가 협연하는 차이코프스키의 피아노협주곡 제1번 제1악장 전에 몇 번 들은 곡이지만, 오늘따라 유난히 가슴을 파고든다. 지휘자가 러시아인이기 때문일까 작곡가와 DNA가 같아서인지 곡 해석이 탁월하고 피아니스트의 열정적 연주 때문일까. 땀을 뻘뻘흘리며 터치하는 건반에는 불꽃이 튀는데. 카메라 앵글 따라 보여주는 오케스트라 멤버들 눈빛이 예사롭지 않다. 현악기 연주자들 활시위가 쌩쌩하고 관악기 연주자들 뺨이 벌게지면 드러머의 가볍고도 장중한 울림이 청중을 사로잡는다. 지휘자 손짓에 따라 모든 악기가 최고음으로 협연자의 정열적 연주가 거대한 하모니로 승화되어 그토록 가슴을 울리고, 긴 여운을 남겼나보다. 나는 오늘 아침 신비한 삼위일체의 환..

2020.11.16

대숲의 합창

류재하 담양에 가면 맑고 푸른 합창소리가 들린다. 고지산 남서쪽 부챗살처럼 활짝 펼쳐진 언덕 대나무 소나무 숲을 이룬 초록동산에 찾는 이마다 몸과 마음이 청순해 진다. 솔바람에 송화松花 가루 날고 댓바람에 죽향竹香이 은은하면 하늘을 찌를 듯 뻗은 울창한 대숲에서 봄의 합창소리가 들려온다. 탁, 탁, 탁, 탁 나무끼리 부딪치는 리듬소리 사아악, 사아악 소나기 오는듯한 댓잎소리 짹, 짹, 짹, 짹 숲을 날며 노래하는 참새소리 뻐꾹, 뻐뻐국 먼 산에서 짝 찾는 뻐꾸기 소리 이 소리, 저 소리가 어울려 내는 합창소리에 귀를 기우리면 세파에 엉킨 이기심이 옷을 벗고 세속에서 잃어버린 자아自我가 다가오며 4월의 봄볕은 저만치 비켜가고 있다. - 작시일(2003. 4. 12) - 소솔 제1시집 수록(2013) ---..

2020.1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