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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무신론자의 기도 2

이어령 교수(1934-2022) 하나님, 이 찬란한 빛과 아름다운 풍경. 생명이 넘쳐나는 이 세상 모든 것을 당신께서 만드시지 않으셨습니까. 그런데 왜 당신의 딸 敏娥에게 그 빛을 거두려 하십니까. 기적을 내려달라고 기도드리지 않겠나이다. 우리가 살아서 하늘의 별 地上의 꽃을 보는 것이 그리고 사람의 가슴에서 사랑을 보는 것이 기적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매일 매일 우리는 당신께서 내려주시는 기적 속에서 삽니다. 그러니 당신께서 주신 그 기적들을 거두어 가지 마시기를 진실로 기도합니다. 만약. 敏娥가 어제 본 것을 내일 볼 수 있고 오늘 본 내 얼굴을 내일 또 볼 수만 있게 해주신다면 저의 남은 生을 주님께 바치겠나이다. 아주 작은 힘이지만 제가 가진 것이라고는 글을 쓰는 것과 말하는 천한 능력이오니 ..

2024.03.19

성숙과 익어가는 아픔

󰋮 The 행복한 생각 󰋮 복효근 시인의 라는 시에 '잘 익은 상처에선 꽃향기가 난다’ 란 구절이 있습니다. 상처에서 꽃향기를 맡는 시인의 깊이를 보며, 과거 기억을 보듬을 필요가 있습니다. 고통스러웠던 그 순간을 망각의 저편으로 밀어 넣어선 안 됩니다. 기억한다는 것은 그 증언을 사람들과 나누며 공동체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것입니다. 인격과 신앙은 숙성되는 시간이 어느 정도 필요합니다. 우리는 종종 ‘지금 당장은 힘들지만 곧 좋아질 거야’ 하고 위로 할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사실 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이보다는 고통당하는 사람이 그 고통의 터널을 잘 통과할 수 있도록 묵묵히 옆에서 손잡아 주고 잘 감당할 수 있도록 기도해 주는 것이 더 필요합니다. 숙성이 된다는 것은 그만큼 썩어간다는 것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