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1221

성숙과 익어가는 아픔

󰋮 The 행복한 생각 󰋮 복효근 시인의 라는 시에 '잘 익은 상처에선 꽃향기가 난다’ 란 구절이 있습니다. 상처에서 꽃향기를 맡는 시인의 깊이를 보며, 과거 기억을 보듬을 필요가 있습니다. 고통스러웠던 그 순간을 망각의 저편으로 밀어 넣어선 안 됩니다. 기억한다는 것은 그 증언을 사람들과 나누며 공동체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것입니다. 인격과 신앙은 숙성되는 시간이 어느 정도 필요합니다. 우리는 종종 ‘지금 당장은 힘들지만 곧 좋아질 거야’ 하고 위로 할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사실 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이보다는 고통당하는 사람이 그 고통의 터널을 잘 통과할 수 있도록 묵묵히 옆에서 손잡아 주고 잘 감당할 수 있도록 기도해 주는 것이 더 필요합니다. 숙성이 된다는 것은 그만큼 썩어간다는 것으..

어느 무신론자의 기도 1

이어령 교수(1934~ 2022) 하나님, 나는 당신의 제단에 꽃 한 송이 촛불 하나도 올린 적이 없으니 날 기억하지 못하실 것입니다. 그러나 하나님, 모든 사람이 잠든 깊은 밤에는 당신의 낮은 숨소리를 듣습니다. 그리고 너무 적적할 때 아주 가끔 당신 앞에 무릎을 꿇고 기도를 드리기도 합니다. 사람은 별을 볼 수는 있어도 그것을 만들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별 사탕이나 혹은 풍선을 만들 수는 있지만, 그렇게 높이 날아갈 수 없습니다. 너무 얇아서 작은 바람에도 찢기고 마는 까닭입니다. 바람개비를 만들 수는 있어도 바람이 불지 않으면 돌아가지 않습니다. 보셨지요. 하나님, 바람이 불 때를 기다리다가 풍선을 손에 든 채 잠든 유원지의 아이들 말입니다. 어떻게 저 많은 별들을 만드셨습니까? 하나님, 그리고 ..

2024.03.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