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신 아빠가 설빔으로 사다주신 예쁜 꽃신 머리맡에 놓고 잠 들면 꽃신 신고 꽃밭에서 춤추는 꿈을 꾼다. 하얀 눈 소복이 내린 새해 이른 아침 아무도 몰래 꽃신 신고 나서면 하얀 비단결에 새겨지는 작은 발자국 아빠 사랑 수놓은 꽃무늬 발자국. - 월간 문학공간 동시 신인상(1991) - 소솔 제1동시집에 수록(1994) 동시 2019.01.21
스승은 별이라는데 사람들을 바르게 가르친 분들은 하늘의 별이 된다. * 세상에는 교사, 교수, 박사 많고 승려도, 목사도 많은데 하늘에 별은 전에 보다 많이 줄었다. 그동안 많은 스승들이 세상을 떠났는데 지금쯤 모두 어디에서 무엇이 되어 있을까. * (단 12: 3) 시 2019.01.21
내일도 해가 뜬다 서산에 지는 해는 왜 고운 노을을 하늘에 칠하는 걸까. 산 속으로 숨어들어 남은 햇빛 한가락씩 뽑고 또 자꾸 뽑고 온밤을 지새우며 달빛 별빛 한웅 큼씩 모으고 또 자꾸 모아 내일 아침 동산에 다시 힘차게 솟아오르려는 게지. - 월간 창조문예(2016-12호)발표 - 소솔 제3 동시집에 수록(2018) 동시 2019.01.21
볼우물 볼우물 가진 두 아이 현이와 승아 그들의 볼우물에 무엇이 고일까? 잘 웃는 현이 볼우물엔 웃음이 고이고 잘 우는 승아 볼우물엔 눈물이 고인다. 이젠 안 돼. 승아의 볼우물에도 웃음이 고이도록 하자. - 계간 사상과 문학(2016 겨울) - 소솔 제3동시집 수록(2018) --------------------------------- 우리의 마음 밭을 그대로 옮겨 놓고 싶은 사랑의 시이다. 두 아이의 볼우물에서 웃음과 눈물, 사랑의 기쁨을 찾게 된다. 눈물보다 웃음이 고이도록 하겠다는 고운 착상은 서로가 도란도란 살아가는 삶의 지혜이고 삶의 방식이다. 나보다 너를 먼저 보듬고 감싸는 사랑의 얘기는 하나의 울림이고 감동이다. 이 시에서 이렇게 살아가라는 메시지가 담겨 있어 향기아는 꽃송이처럼 가까이 하고 싶어.. 동시 2019.01.21
작은 집 하나 초록 바탕에 물감 찍어 놓은 듯 먼 산 속에 빨강 지붕 작은 집 하나 그림 같다. 아기가 엄마 품에 안겨있는 듯 푸른 숲에 빨강 지붕 작은 집 하나 포근하다. - 소솔 제3 동시집 수록(2018) -------------------------- 잘 그려진 수채화 한 폭을 보는 듯 산속의 작은 집 하나를 담백하고 선명하게 담아낸 작품이다. 시를 빚는 발상이 예쁘고 정겹고, 간결하게 표현된 몇 줄의 시에서 ‘신선하다는 게 이런 거구나’하고 느끼게 된다. 작은 집 하나가 산 속에 있는 걸 ‘아기가 엄마 품에 안겨 있는 듯’으로 재미있게 비유했다. 정경 묘사가 정갈하고 발상이 참신한 좋은 시여서, 입속으로 혼자 흥얼거리며 향유하고 싶어진다.( 김완기 원로 아동문학가) 동시 2019.01.21
기다림 누구를 기다린다는 것은 행복하다. 그를 생각만 해도 마음이 셀레인다. 혹시 기다리다 지친다 해도 짜증부리지 않고 그가 오지 않을지라도 원망하지 않으리라 언잰가 반드시 만날 그날을 위해 내 삶을 더 아름답게 가꾸고 싶다. 누구를 기다린다는 것은 행복하다. 그를 생각만 해도 초록빛 그리움이다. - 소솔 제1시집에 (2013) 수록 시 2019.01.21
담쟁이 담쟁이 손도 없고 발도 없는데 잘도 기어오른다. 이건 너무 높다고 내겐 너무 어렵다고 모두들 투정부리는데 저건 어림없다고 내겐 너무 힘들다고 모두들 포기를 하는데 담쟁이는 오늘도 말없이 기어오른다. 한없이 높은 벽을 담쟁이는 언제나 앞으로 나아간다. 끝없이 험한 길을 - 기독교문학(1998. 6. 14) 게재 - 소솔 제1시집에 수록(2013) 시 2019.01.21
가난한 사람들 겨울날 볕이 좋은 날이면 난방비 아끼느라 추운 집 떠나 양지바른 곳을 찾는 할아버지들 서넛 아파트 담장 아래 길거리 옆엔 털모자 두터운 옷 입은 할아버지들 각자 접는 의자 하나씩 들고 와 앉아 정치, 경제가 어떻고 얘기하며 소일한다. 길가의 작은 공원 긴 벤치엔 목도리와 옷 껴입은 할머니들 서넛 나란히 앉아 햇볕을 쬐며 이집, 저 집 얘기로 세월을 보낸다. 겨우내 지하방에서 햇빛 그리운 사람들 온 세상에 골고루 널리 베푸시는 하나님의 사랑을 만끽하는 사람들이다. “가난한 자들에게 복이 있나니 하늘나라가 너희 것이다”* *(눅 6: 20) - 상록수문학(2017, 여름호) 시 2019.01.21
새해의 기원 돌과 바위에 짓눌리면서도 환한 웃음을 잃지 않는 개나리처럼 검은구름에 시달리면서도 맑고 푸름을 잃지 않는 하늘처럼 흙탕물에 더렵혀지면서도 물고기들 싱싱하게 길러내는 바다처럼 새해에는 그렇게 살게 하소서. - 활천문학회 카렌다의 시(2019) 시 2019.0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