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마 유치환(1908-1967)
해바라기 밭으로 가려오.
해바라기 밭 해바라기들 새에 서서
나도 해바라기가 되려오.
황금사자(黃金獅子)
나룻오만한 왕후(王候)의 몸매로
진종일 찍소리 없이
삼복(三伏)의 염천(炎天)을 노리고 서서
눈부시어 요요히 호접(蝴蝶)도 못오는 백주(白晝)!
한 점 회의도 감상도 용납치 않는
그 불령스런 의지의 바다의 한 분신이 되려오.
해바라기의 밭으로 가려오.
해바라기의 밭으로 가서
해바라기가 되어 섰으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