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태주(풀꽃 시인)
너무 그러지 마시어요.
너무 섭섭하게 그러지 마시어요.
하나님, 저에게가 아니에요.
저의 아내 되는 여자에게 그렇게 하지 말아달라는 말씀이에요.
이 여자는 젊어서부터 병과 더불어 약과 더불어 산 여자예요.
세상에 대한 꿈도 없고 그 어떤 사람보다도 죄를 안 만든 여자예요.
신장에 구두도 많지 않은 여자구요,
장롱에 비싸고 좋은 옷도 여러 벌 가지지 못한 여자예요.
한 남자의 아내로서 그림자로 살았고
두 아이의 엄마로서 울면서 기도하는 능력밖엔 없는 여자이지요.
자기 이름으로 꽃밭 한 평, 채전 밭 한 귀퉁이 가지지 못한 여자예요.
남편 되는 사람이 운전조차 할 줄 모르는 쑥맥이라 늘 버스만 타고 다닌 여자예요.
돈 아끼느라 꽤나 먼 시장 길도 걸어다니고 싸구려 미장원에만 골라 다닌 여자예요.
너무 그러지 마시어요. 가난한 자의 기도를 잘 들어 응답해주시는 하나님,
저의 아내 되는 사람에게 너무 섭섭하게 그러지 마시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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