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들 수만 있다면

유소솔 2024. 7. 31. 00:00

 

                                   

                                                        도종환(박용철문학상)

 

만들 수만 있다면

아름다운 기억만을 만들며 삽시다.

 

남길 수만 있다면

부끄럽지 않은 기억만을 남기며 삽시다.

 

가슴성에 낀 듯 시리고 외로웠던 뒤에도

당신은 차고 깨끗했습니다.

 

무참히 짓밟히고 으깨어진 뒤에도

당신은 오히려 당당했습니다

 

사나운 바람 속에서 풀잎처럼 쓰러졌다가도

우두둑 우두둑 다시 일어섰습니다.

 

피던 시절의 짧은 기쁨보다

지고 서리 내린 뒤의 오랜 황량함 속에서

당신는 가만히 손을 잡고 마주서서 적막한세상을 살았습니다.

 

돌아서 뉘우치지 맙시다

이 가고 새벽이 온 뒤에도 후회하지 맙시다.

만들 수만 있다면 아름다운 기억만을 만들며 삽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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