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내게 띠를 물으면
서슴없이 ‘호랑이’라고 말했다.
음력 1938년 12월, 무인戊寅생이기에
언젠가 누가 내 생년월일을 묻더니
나더러 ‘토끼’ 띠 기묘己卯라고 했다.
양력 1939년 1월생이기에
그래선지 어려서부터 내 속에는
호랑이도 살고, 토끼도 살고 있다.
기분이 나쁘면 곧 물어뜯을 듯
울컥 성이 났다가
조금씩 잦아들고
조금 불리한 일이 엿보이면
귀를 쫑긋하고 도망치려다
마음을 다잡는다.
나는 평생을 이 두 마리 짐승을
길 들이면서 살아가고 있다.
하늘에서 오신 그분이
내 마음에 들어오신 후부터
- 소솔 제2시집 수록(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