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작 소설의 향기/크리스천 교수의 글

크리스마스와 우리 집

유소솔 2021. 12. 24. 00:02

 

크리스마스와 우리 집

              - 김현승(1913~1975: 숭실대 교수)

 

동청冬靑 가지에

까마귀 열매가 달리는

빈 초겨울 저녁이 오면

호롱불을 켜는 우리 집

 

들에 계시던 거친 손의 아버지.

그림자와 함께 돌아오시는

마을 밖의 우리 집

 

은 접시와

이층으로 오르는 계단은 없어도

웃는 우리 집.

 

모여 웃는 우리 집

소와 말과

그처럼 착하고 둔한 이웃들과

함께 사는 우리 집

 

우리 집과 같은

베들레헴 어느 곳에서,

우리 집과 같이 가난

마음마음의 따스한 위에서,

 

예수님은 나셨다,

예수님은 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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