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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 홑씨

잡풀들 사이에서 우뚝 선 민들레 홑씨 개구쟁이 아이들 얼른 가서 훅훅 부니 씨앗들 흰 날개 펴며 하늘 높이 날지요. 세상에 이보다 멀리 번지는 씨 있을까 가냘픈 하얀 씨앗들 낙하산 타고 훨훨 입으로 불어만 줘도 멀리 가서 피는 꽃 우리 집은 저 건너 아파트 1층인데 그곳으로 날아와 화단에 살포시 앉으면 얼마나 참 좋을까요 내가 늘 키울 텐데.

시조/동시조 2021.06.17

한 소년이 겪은 6.25 (1)

그날은 일요일이었다. 새벽 4시에 북한 공산군이 38선 전 지역을 일제히 넘어 불법남침을 했고, 긴급히 소집된 국군용사들이 용감히 싸워 막고 있다는 라디오방송 소식을 우리는 교회에서 들었다. 나의 고향은 우리나라 서남쪽 끝자락 목포여서 처음엔 사람들이 피란 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7월 중순에 접어들자, 인민군이 충청도에서 전라북도로 넘어왔다는 소식에 사람들이 술렁였는데, 나는 그 때 초등학교 6학년, 학교는 수업을 무기한 중단했다. 이튿날 밤에 근교 영암경찰서 순경으로 근무하는 큰 형이 철모에 군복을 입고 M1총을 멘 늠름한 모습으로 집으로 왔다. 공산군과 싸우기 위해 내일 새벽에 출동하기에 가족과 작별인사차 온 것이다. 큰 형이 부모님과 얘기를 마치고 정중히 큰절을 드린 후, 내 머리를 쓰다듬..

수필 2021.06.16

유월의 장미

유월의 장미 - 이해인 하늘은 고요하고, 땅은 향기롭고 마음은 뜨겁다. 유월의 장미가 내게 말을 건다. 사소한 일로 우울할 적마다 - 밝아져라 - 밝아져라 웃음을 재촉하는 장미 삶의 길에서 가장 가까운 이들 사랑의 이름으로 무심히 찌르는 가시들 다시 가시로 찌르지 말아야 부드러운 꽃잎을 피워낼 수 있다고 누구를 한 번씩 용서할 때마다 싱싱한 잎사귀도 돋아난다고 유월의 넝쿨장미들이 해 아래 나를 자꾸 따라오라고 자꾸 말을 걸어오네요. 사랑하는 이여, 이 아름다운 장미의 계절에 내가 눈물 속에 키워낸 기쁨 한 송이 받으시고 내내 행복하십시오.